노사 양측 상견례 등 소득 없이 끝나
조기합병 동의서 등 논란…정치권도 맹비난
날짜를 앞당겨 결혼 하기 위해 모인 예비신랑·신부 가족들이 상견례장에서 이렇다할 대화도 못나누고 30분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는 최근 노사간 대화를 위해 상견례를 추진했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이야기다.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달 28일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한 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화는 커녕 양측 감정의 골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사측과 노조가 상호 신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대화를 추진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14일 4대 4로 진행된 상견례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참석을 요구했고, 당시 수원에서 임원 워크숍을 하던 김 회장은 2시간여 뒤에 상견례 장소에 나타났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일방적인 합의위반에 대한 사과 △새로운 합의서 체결 전까지 IT 통합과 합병승인 신청 등 통합절차 중단 △정규직 전환 합의이행 등 신뢰회복 조치 시행 △대화 결렬시 2.17. 합의 준수 △'대화단'에 대폭적인 권한 위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상견례를 통해 양측의 대화가 조기통합에 수순에 맞춰진 요식행위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에 하나금융 측이나 외환은행 사측은 노조에서 주장했던 조건없는 대화와는 거리가 한참 멀며 조건자체가 대화를 업박할 수 있는 지나친 구속력을 지녔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대화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노조가 통합 이사회 하루 전날 조건없는 대화를 내건 것은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며,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봐선 과연 대화를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외환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노조에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건지 아니면 대화를 핑계로 조기통합 논의 자체를 지연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노조에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사측이 말로는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지점장 등을 동원해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조기합병 동의서를 받는 등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는 최근 이른바 부점장협의회에서 전국의 부점장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영업본부장들이 지점장들을 소집해 조합원들에게 조기통합 동의서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지적한 것이다.
마치 목적지도 불분명한 채 노사 양측이 살얼음판을 함께 걷는 위험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답답한 대화 국면을 지켜보는 정치권도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지점장 등을 동원해 '조속한 조기 통합 추진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강제로 받아오게 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어 그는 "무차별적인 노조탄압과 직원협박은 해법이 아니라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며, 외환은행 경영진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