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우리은행·ING생명·우투증권 인수전서 잇단 고배
순탄치 않았던 LIG손보 인수…윤종규 회장, 리더십 보여줘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 수년간 계속됐던 'M&A 흑역사'를 벗어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M&A 시장에서 패배의 '쓴맛'만 보던 KB금융은 드디어 승자의 '단맛'도 맛보게 됐다.
□ 실패만 한 KB금융의 M&A 시도= KB금융은 외환은행부터 우리은행, ING생명, 우리투자증권까지 인수전에 나서기만 하면 번번이 미역국을 마셔야 했다.
2006년 KB금융은 하나금융그룹을 따돌리고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KB금융의 포기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품에 안겼다.
KB금융은 2011년 메가뱅크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금융권의 메가뱅크에 대한 반대 여론에 휩싸이면서 이 역시 포기해야 했다.
2012년에는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뚝심있게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사회의 반대에 막혀 실패로 끝이 났다. 당시 어 전 회장은 사외이사들과 극심한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KB금융의 흑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민영화 차원에서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저축은행) 입찰에서 KB금융은 농협금융에 밀려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지 못했다.
□ 경영진 내분으로 불안했던 LIG손보 인수= 이처럼 M&A에 나서기만 하면 고배를 마시던 KB금융이 올해 6월 LIG손보 대주주인 LIG그룹과 주식매수계약(SPA)을 체결하면서 흑역사를 극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역시 순탄하지는 못했다. 지난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불거진 경영진 내분사태로 인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동반 퇴진하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 8월 금융당국에 제출한 LIG손보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은 차일피일 기약없이 미뤄졌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LIG손보 인수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상황은 다르게 돌아갔다.
'KB사태'에 대한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버티던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을 설득해 전원 사퇴를 이끌어냈고, 금융당국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금융당국의 입맛을 맞췄다.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KB금융은 조만간 LIG그룹과 최종적인 조율 과정에 돌입한다. 당초 계약처럼 10월 27일까지 인수과정을 마무리하지 못해 매일 1억원 가량의 지연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점과 미국지점 부실 규모 확대로 매매대금 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연이자나 미국지점 부실과 관련해서 인수가격 재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지난 6월 계약한 인수 자금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이 지난 6월 인수하기로 한 지분율은 19.47%이며, 인수가격은 6850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사명 변경이나 이사회 구성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미국에서 금융지주회사 자격을 먼저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구체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이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서 그룹 자산규모가 423조원으로 확대된다. 신한금융에 내줬던 금융그룹 1위 자리를 LIG손보 인수를 통해 다시 가져오게 된 것이다.
KB금융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LIG손보를 12번째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