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공직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국무총리직을 수락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연일 쏟아지는 의혹에 새누리당도 당혹해 하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野 '송곳 검증' 날 세워…與 "준비 많이 한 줄 알았는데 어찌된 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야의 '공수'태세가 전면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이 총리 후보자가 내정됐을 당시만 해도 충남도지사와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경력에 비춰 무난한 인사청문회를 예상했다. 야당 역시 그동안 원내대표로서 호흡을 맞춰와 그간의 모질었던(?) 인사청문회와 달리 '무난한'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차남의 병역문제와 경기도 판교 땅 투기 의혹, 논문표절 등에 이어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 매매 다운계약서 작성 및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충남도지사 시절 금품수수 혐의로 친동생이 구속된 천안 청당지구 아파트 사업에 지방공기업 참여를 승인해준 게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새정치, 이완구 의혹 '송곳 검증' 날 세우기…투기의혹 거듭 압박 =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거듭 불거지자 '날선 검증'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 청와대 내에서 하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잘못돼 있다. 인사 참사의 근본 문제가 청와대 검증시스템에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야당의 '무딘' 검증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아들 검증 문제에 대해 울먹이면서까지 국민 정서에 호소하려는 듯한 태도에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며 "청문위원들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신속하게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김성수 대변인도 이 후보자 장인이 문제의 판교 땅을 구입하던 당일 인근의 땅 13곳이 동시에 매매돼 공동 투기라는 의혹과 함께 도곡동 타워팰리스 구입 당시 공직자 윤리법 위반 의혹과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언론보도들을 인용하며 "부동산 문제도 세금 다 냈다는 말만 하지 말고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는 투기 의혹에 대해 당당하게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같은 날 주변 땅을 산 사람들은 전 국회의원의 20대 중반 자녀와 중견기업 회장, 검찰 고위 간부의 부인 등이라고 한다"며 "정말 이상한 거래이다. 같은 날 이 후보자 장인까지 자그마치 14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고급정보에 의한 투기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9개월 만에 되팔아 3억 원이 생긴 타워팰리스 거래에 부실 재산신고 의혹까지 부동산에 관한한 '자판기'라고 이름 붙였던 총리후보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니, 미리 준비한 Q&A에 없었나보다"라며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지녔는지, 정책능력을 지녔는지 철저히 검증하여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능력을 가려낼 것"이라고 '송곳 검증'을 거듭 밝혔다.
□ 與 당혹 "朴대통령 지지율 반등에 도움 안 돼 걱정" = 이 후보자의 예상 밖 의혹에 당혹스런 것은 새누리당이다. 후보자의 입각이 떨어지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라고 판단했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의혹에 당황스런 기색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이 후보자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아는데, 언론에서 새로운 게 연일 터져 나오니 답답하다"며 "당으로서는 후보자 해명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들 문제로 우는 건 아닌 거 같다"며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을 하겠나. 청문회 과정에서 제대로 해명이 안 되면 총리가 되어도 국민여론에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이날 주간 단위로는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진 결과가 나오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천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29%, 부정평가가 63%로 나왔다. (신뢰수준 95% 표준오차±3.1%포인트)
이번 조사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선 '적합하다'는 의견이 39%로, '적합하지 않다'(20%)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문제는 국민들이 이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 조사이기 때문에 주말을 기점으로 여론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가뜩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안 좋아 총리 입각으로 반등의 기회를 삼았으면 하는데 잘 안될 거 같다"고 전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총리가 되어서 일을 잘하는 것인데, 이미 언론과 여론에 상처 입고 제대로 일을 추진할지 알 수 없다"며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