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연말정산 정책 국민 의견 수용키로
문 닫힌 조세소위…공공기관장 사퇴만 외쳐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보완대책을 두고 정부와 국회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파만파로 번진 '연말정산 서민증세'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자녀출생·입양 등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연말정산 분납 등의 방향성을 담은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연말정산 정책에 국민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연말정산 파동에 대한 개선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는 파행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부자감세 철회, 낙하산 인사 사퇴 등 당리당략에 치우쳐 연말정산 대책은 2월 임시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연말정산 정책, 국민들 의견 듣겠습니다" = 기획재정부가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 정책효과가 뚜렷한 아이디어는 채택해 향후 보완대책에 포함시키로 했다. 사진은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캡쳐.
□ 기재부 "연말정산 정책, 국민의견 반영" =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향후 정책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국민들이 정책 수립 및 실행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기재부는 새로운 정책제안이나 기존 정책에 대한 보완점 등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으며, 정책효과가 뚜렷한 아이디어의 경우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연말정산으로 인한 불편·불만 민원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책 생산 단계 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말정산 정책에 관한 부분은 기재부 '연말정산 종합대책반'이 맡아 진행하며, 내달 31일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연말정산 종합대책단장)은 이와 관련해 "종합대책단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 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에는 향후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들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연말정산(2014년 귀속분)으로 인해 추가 납부세액이 발생됨에 따라 이를 분납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연말정산이 완료되는 대로 3월말까지 그 결과를 분석해 소득구간 간 세부담 형평성을 고려한 보완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세소위 문 열리기는 하나요?"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0일 예정이었던 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연말정산 분납에 대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논의예정이었다. 여야는 연말정산 대책의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 오는 23일 재차 회의를 개최해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 조세소위, 왜 열리지 않나 = 현재 연말 추가 납부세액이 10만원을 초과한 경우, 3개월간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개정안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가 개최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조세소위는 여야 간 사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파행됐다.
연말정산 제도 개선안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야당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거취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홍철 사장의 사퇴가 조속히 처리되지 않는 한 세법개정에 대한 부분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그동안 안 사장의 사퇴를 두고 조세소위는 파행을 거듭해왔다.
야당은 안 사장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인사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를 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법령을 검토해 연말까지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안 사장의 사퇴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여야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임위 일정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월 임시국회에서 연말정산 분납 법안을 처리시켜야 한다는 점은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 오는 23일 오전 9시30분에 조세소위를 열고 연말정산 분납에 관한 법안만 통과시키겠다고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소급적용(자녀세액공제 및 독신자 세액공제 확대,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 부활 등)'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 야당은 "땜질식 미봉책"이라며 거듭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향후 국회의 벽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부자감세 철회, 법인세 정상화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협상을 통한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정책 딜(deal·거래)이 성사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