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대 한국세무사회 선거가 4개월여 남은 현재, 세무사회의 패권을 쥐려는 '잠룡(潛龍)'들이 꿈틀대고 있다.
현재 공식 비공식 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3명.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등을 역임한 엘리트 세무공무원 출신의 백운찬 세무사, 2년 전 뜻을 접었지만 다시금 칼날을 빼든 현 역삼지역세무사회장 손윤 세무사, 중부지방세무사회장과 세무사고시회 부회장을 역임한 신광순 세무사 등이다.
아직까지 출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출마가 예상되는 군소 후보들도 물밑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세무사회 향후 2년의 운명을 가를 자는 누가 될 것인가. 1만 세무사들의 '민의(民義)'를 얻어낸 자가 곧 승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 잔잔한 수면 속 '백조'의 발은 바쁘다 = 3월2일(월요일) 현재 선거가 있을 6월 하순(잠정)까지 4개월 가량이 남은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선거 일정 확정 등 출발 신호탄이 쏘아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직접적인 홍보는 힘들지만 후보군에 속한 세무사들은 세무사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가 부지런히 '얼굴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 1월8일 있었던 세무사회 신년인사회장. 그곳에서는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세무사들이 인사회장(서초동 세무사회관 6층 강당) 입구에 서서 들어오는 회원들마다 명함을 나눠주며 눈도장을 찍기 바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이들이 선거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사실은 이 같은 행보만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특히 세무사회장 선거 역사상 최고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직 차관급 인사(백운찬 전 관세청장)가 후보로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선거전은 역대 가장 '무게감' 있는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역대 최고의 무게감, 출마 후보군들은? =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대형주', 백운찬 세무사의 등장으로 초반전부터 관심이 뜨겁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을 역임한 백 세무사의 출마에 대한 여론으로 현재 두 방향으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
우선 그가 세무사 개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참'이라는 것이 주된 반대이유로 꼽힌다. 세무사로서의 경험이 두텁지 못한 점, 짧은 개업 기간 만큼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위공무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유리하다'는 전통적 인식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인프라' 측면에서 약점이 두드러지는 그가 이름의 무게감만으로 선거에 뛰어든 것은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백 세무사에 대한 찬성여론도 높다. 세무사회장 후보 적합성 여부는 단지 세무사 경력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 세제실장과 관세청장을 역임한 엘리트 세무공무원 출신으로서 관가에 대한 영향력이 필수적인 세무사회장 업무 수행에 큰 메리트라는 분석이다.
공직 시절 보여준 과감한 추진력과 정.관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맥은 세무사 경력 및 인프라 부족이라는 뚜렷한 약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남을 것이라는 평가다. 4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전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의 3선 저지라는 명분에 후보직에서 물러난(후보단일화) 손윤 세무사도 주목할 만한 인물. 그 또한 추진력과 인맥에서 결코 밀릴 생각이 없는 인물이다. 여기에 2년 전 선거 출마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도 가지고 있다.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의 뜻을 양보하는 통 큰 모습을 지난 2년 전 선거에서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평가. 여기에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1958년) 또한 그가 가진 '강점'으로 꼽힌다.
백 세무사와 손 세무사는 현재 공식적인 출마선언은 하지 않은 상태. 반면 중부지방세무사회장을 지낸 신광순 세무사는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2년 전 '후보단일화' 바람을 등에 업었지만 정구정 현 회장과 맞붙어 큰 표차로 낙선한 이창규 전 서울세무사회장과 한헌춘 전 중부세무사회장 등도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다는 전언. 당초 출마가 예상됐던 왕기현 전 중부국세청장, 김상현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정책선거' 가능할까 = 지난 2년 전 선거는 과거 선과와는 이슈 자체가 달랐다. 정구정 현 회장이 사상 초유의 3선 도전에 나서면서 엄청난 논란 속에 선거의 의미가 퇴색됐다.
친(親) 정구정, 반(反) 정구정 구도로 선거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모든 크고작은 선거의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는 '정책선거'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반(反) 정구정 진영으로 분류된 후보들이 단일화라는 이벤트(이창규, 손윤, 한헌춘)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정구정 현 회장이 선거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번 선거는 결과적으로 각 후보들이 내놓은 업계 발전을 위한 비전(정책공약)을 가지고 '진검승부'를 벌일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무사회 운영과 관련한 그동안의 각종 논란을 제대로 짚어내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후보, 침체된 한국경제와 함께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세무사 업계의 먹거리 문제를 해소책, 세무사회의 고질적 논란소재인 지방세무사회 독립 및 세무회계 프로그램 문제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인을 둘러싼 친반 여부를 놓고 으르렁 댈 여유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확실한 '자극제'가 필요한 선거의 속성상 2년 전과 같은 형태의 선거 프레임(친(親) 정구정, 반(反) 정구정)이 짜여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무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세무사회장 선거가 업계 참여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다만 '선거꾼'들이 2년 전과 같은 선거구도를 만든다면 다시 한번 혼탁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