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엔 알레르기비염으로 기침을 달고 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라는 악재가 겹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11년) 결과 알레르기비염 유병률은 25.8%로 4명 중 한 명꼴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9~29세 청년층이 전체 38.9%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알레르기비염은 코 점막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과민반응해 발생한다. 어릴 때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알레르기 행진’으로도 불린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털 등이 원인으로 꼽히며 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비염·천식·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갖고 있으면 자녀가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50%, 부모 양쪽에 다 있을 때 75%에 달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 증상이 악화되거나 발현 빈도수가 높아질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 잦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나타나고 간혹 다크서클 등 외형적인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김진국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비염으로 비강의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서 눈꺼풀 아래 혈류도 정체되면서 혈액 내 헤모시데린이라는 색소가 피부에 침착돼 검붉은 색의 다크서클이 생긴다”며 “코 속이 가려워 긁고 만지다가 콧등 아래 수평주름이 생기거나, 코막힘으로 입을 벌리고 숨쉬는 습관이 굳어져 얼굴형이 상하로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또 중이염·천식·수면질환 등을 유발하고, 농성 분비물이 있을 경우 2차감염으로 인해 부비동염(축농증)이 생길 수 있어 되도록 빨리 치료받는 게 좋다.
요즘처럼 밤낮의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감기와 헷갈리기 쉬워 감기약을 복용하다가 병원에 온 뒤에야 알레르기비염을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감기는 알레르기비염과 달리 발열 증상이 나타나고, 재채기 횟수가 비교적 적다. 맑은 콧물보다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누런 콧물로 변하며, 대부분 1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발병 원인이 다양해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질환이 의심될 땐 원인 항원을 대상으로 피부 단자시험을 시행한다. 검사 후 15분이 지난 뒤 피부가 부풀어오르는 반응을 보이면 원인물질로 판명된다. 피부에 발생하는 두드러기 및 홍반의 크기가 크고 가려우면 환자가 해당 항원에 과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자주 시행되는 혈액검사는 특정 항원에 대한 과민 항체량을 측정할 수 있어 중증도를 판단할 때 객관적 기준이 된다.
비염 치료법은 항원(알레르겐) 노출을 줄이는 환경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으로 구분된다. 약물치료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고 비강내 국소 스테로이드주입법도 자주 시행된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을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주입, 면역반응을 변화시켜 증상을 호전시킨다. 김 교수는 “면역치료는 치료 기간에 비례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3~5년간 지속적으로 받는 게 권장된다”며 “4년 이상 치료받으면 환자의 80~90%가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코막힘이 심하거나 코 속을 좌우로 가르는 연골인 비중격이 과도하게 휘어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코는 온도 18~23도, 습도 40~45%일 때 기능이 가장 활발해진다. 습도와 온도가 이보다 낮거나 높으면 섬모운동에 장애가 생기므로 실내를 자주 환기시키는 게 좋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재채기가 잦을 땐 코 위에 더운 수건을 덮어 코를 따뜻하게 하거나 가습기를 사용하면 된다. 콧속 습도가 높아지면 섬모운동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