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공연문화로 다가가는 영혼
낮잠을 자던 노모는 꿈속에서 저승사자와 죽은 남편을 혼령을 보고 깨어나게 되고, 아들을 불러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산오구 굿 한판 벌여 달라 떼를 쓴다. 미신이라 무시하는 아들과 옥신각신하다 결국 굿판을 벌이고, 노모는 "나 갈란다" 화두처럼 한마디 남기고 쓰러진다.
초상집 풍경, 장례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 코믹하게 연출되고, 새벽닭이 우는 시각 산자들의 싱싱하고 힘찬 배웅을 받으며 노모는 먼 길을 떠난다. 이는 연극 ‘오구’의 내용이다.
또 하나의 연극, ‘구명시식’ 지난 25년간 내가 올린 구명시식을 선원이 아닌 대학로 무대로 옮겨 관객에게 다가간 연극이다. 아내를 초혼하여 미안한 마음을 고백한 어느 검사의 애절한 이야기, 기업 비리를 취재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제부기자 영가의 분노 섞인 외침, 그리고 영혼결혼식 등. 영혼과 관련하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라 더욱더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이 두 연극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장기 공연한 작품들이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이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연장공연을 하였다.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혼을 다룬 이야기가 많이 대중화되었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연극으로.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거부감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제한된 공간이 아닐 경우 가슴으로는 느끼면서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최근에서야 문화로 다가왔지만 서양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웨데보르그. 나는 영혼탐험을 하던 중 10여 년 전 스웨덴보르그에 대한 책을 접했다. 그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책으로 만나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손꼽히는 걸출한 영능력자다. 그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서 수많은 발명과 발견을 통해 유럽의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또한 당시의 칸트, 헤겔 같은 대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천국과 지옥을 뛰어나게 그린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스웨덴보르그는 20년 넘게 사후세계를 오가며 본 영혼의 세계를 손금 보듯 묘사했지만 내가 보는 세계와는 시각이 조금 달랐다. 그는 저서에서 말하기를 영계 일각에서 목격한 환생현상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고 했다. 동양의 윤회사상을 알지 못했으니 아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적세계에 관한 관심은 이미 동서양이 따로 없다. 대중문화로 다가가고 있어 더 이상 폐쇄적이지 않다. 영을 통한 문화의 발전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이다. 미래문화에 많은 관심을 쏟겠지만 영혼에 대해서도 지금보다는 한 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수천 년 동안 영혼과 문화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였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