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일주일 시한부'를 선고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 야당은 그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공식화 하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귀국하는 27일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밝혀 이 총리의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野, 해임건의안 공식화…與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당내 사퇴 목소리 커져
당·정·청 회의 사실상 배제, 朴 대통령 '제2의 문창극' 수순 밟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 총리의 사퇴에 대한 여야의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20일 이 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 제출을 공식화하며 강하게 압박에 들어갔다.
다만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순방 후 결정"을 강조하며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해 사실상 '일주일 시한부'를 선고한 상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자진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총리의 사퇴는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국민들 더 기다릴 수 없어…李 총리 해임건의안 추진" =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며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협조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성남 중원의 성남 산업단지 관리공단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 당은 공정한 수사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대통령의 부담을 더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하루 속히 (건의안 보고 및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우리 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총의를 모아갈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협의를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문 대표는 "총리의 정상적인 직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더구나 현직 총리가 피의자로 수사 받게 된다면 이는 역사상 없었던 일로, 한국의 국격이 걸린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23일 본회의가 열리는 만큼 늦어도 22일까진 의총을 열어 해임건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해임 건의안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헌법 63조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수는 130명이어서 해임건의안 발의는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4월 국회 본회의가 23일, 30일 예정된 상황에서 23일 본회의에서 발의할 경우, 현재 이를 주저하고 있는 여당으로 인해 부결되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시기 조절을 고민 할 것으로 보인다.
□ 난감한 與,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당·정·청, 이 총리 배제 = 새누리당은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당 안팎으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여당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앞서 중남미 순방을 떠난 16일 "순방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돌아오는 27일 전에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기도, 부결시키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 총리 해임건의안 촉구에 대해 "대통령이 일주일이면 오시는데 국정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19일) 4·29 재·보궐선거지역인 경기도 성남 중원구 모란시장을 찾아서도 야당을 향해 "대통령도 안 계시는데 총리까지 자리 비우게 되면 국민들 불안하시지 않겠나. 그래서 그 때까지"라며 "일주일만 참아주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린다"고 '일주일 시한부 총리'를 선고했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과 초재선 의원들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 당 지도부로서는 당-청관계 악화와 균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총리는 이미 주요 국정업무에서 눈에 띠게 배제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정업무 보고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고 있는데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열린 제3차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당사자들인 이 총리와 이 비서실장이 참여하지 않았다.
□ 대통령의 '자진사퇴' 메시지(?) =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친일사관 논란으로 총리후보자에서 낙마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전례처럼 이 총리의 사퇴에 대해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해 6월 문 전 후보자는 총리 내정 뒤 친일사관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던 와중에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은 문 전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 재가를 보류하고 "귀국해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메시지를 전했다.
문 전 후보자는 지금의 이 총리처럼 사퇴 거부로 맞섰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 뒤에도 청문요청서에 서명을 하지 않자 결국 귀국 3일 뒤인 6월24일 자진사퇴했다.
때문에 이 총리 역시 현재 의혹이 연일 불거져 나오고 '말 바꾸기', '증거인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 수사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퇴 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여론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 두면 더 여론이 악화되고 절대 정부나 당에 도움이 안 된다"며 "지금 이 상황에서 사퇴밖에는 길이 없지 않나. 뭘 할 수 있겠나. 대통령 오시기 전에 결단을 내리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