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보증에 '문어발식 확장' 규제 적용…건설사 '3중고'

건설업계 "기업간 채무보증과 건설PF채무보증은 확연히 달라"

건설사, 공사비 못받아 빚대신 갚고 세금까지...삼중고

건설사들은 시공한 사업이 실패할 경우 공사비를 거의 못받는데 사업주에 보증선 PF대출까지 대신 갚고 여기에 24.2%의 세금까지 부담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사를 수주하기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채무보증을 섰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 손실에 대해 세금까지 내야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조세제도는 이렇게 건설사에게 삼중고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

외국인들도 국내 건설사와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이런 독특한 세제를 알고나면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는게 건설현장의 설명이다. 

■ 대기업 과다차입 막으려다…사업위한 채무보증까지 규제

법인세법 19조2는 빚보증을 서서 입은 손실은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손실만큼 세금을 내라는 얘기다. 

당초 이 조항은 국내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주식 지분 뿐만 아니라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통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 IMF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여론이 일자 도입됐다. 

공정거래법 10조2 에는 주식출자를 제한받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계열사에 채무보증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 대규모 기업집단의 타회사 채무보증을 단호히 막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에서 2008년 금융위기때 개정된 법인세법은 기업지배뿐만 아니라 과다차입금도 문제가 되므로 아예 모든회사의 빚보증을 규제해야 한다며 빚보증으로 인한 손실에 세금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과잉규제라는 한숨이 나왔다.

결국 대기업의 계열사간 경영권지배와 과다한 차입금을 막으려다 손실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법규가 만들어진 것이다.

■ 건설사 "PF 채무보증 은행이 요구해 어쩔수없어" 

건설사업의 사업자금은 대개 금융회사의 PF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PF는 원래 말그대로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기반으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평가할 능력도 여건도 되지 않아 사실상 사업부지를 담보로 하고 여기에 또 자금력 있는 대형건설사의 채무보증을 받아 자금을 일으킨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건설사업같이 리스크가 크고 규모도 큰 사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국내 평가기관이 계산해준 '미래수익성'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시행사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반드시 자금력이 있는 건설사를 시공사로 지정해 채무보증을 받아야 비로소 사업자금이 마련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같은 금융환경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뤄진 채무보증에 대해서도 현행 법인세법은 대기업 계열사간 채무보증과 똑같이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업활동과 관련한 채무보증도 규제하고 있는 셈이다.  

■ 정부 "기업 재무구조 좋아졌다" vs 건설사 "국제경쟁력 떨어진다"

이런 현행제도에 대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여전히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조세일보가 지난 16일 개최한 '건설세제 정상화 토론회'에서는 PF대위변제에 대해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진행됐는데 참가했던 정부측 담당자와 건설업계 사이에는 아직도 인식의 간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일보, 건주포럼, 심재철국회의원이 주최한 '건설산업 세제 정상화 토론회'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기획재정부 박춘호 법인세제과장은 "과거에는 차입금을 줄이자는 취지에 모두 동의했고 실제 우리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이러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을 하니 아이러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방청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보던 건설사 임원은 "특수관계가 없는 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은 경영권지배가 아닌 사업을 위한 채무보증으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과 사업을 할 때 외국인을 이해시키기 힘들어 사업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아 건설사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현장실태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전오영 변호사는 "건설PF보증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견과 현재 진행중인 고등법원 재판도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채무보증의 경우 손금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수많은 건설PF보증을 사안마다 법원에서 법해석을 받을 게 아니라 법 자체를 개정해 건설현장의 혼란과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회계법인의 임원은 "무분별한 차입경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은 정책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규제를 해야겠지만 사업을 위한 채무보증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금융여건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건설PF채무보증은 사업과 직접관련된 채무보증인 점에서 일반 기업간채무보증과 확연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