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사죄 없이 "아시아에 고통줬다"…미국에는 '깊은 회개'

'아베 아시아에 고통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사적인 미국 의회 연설무대에 올라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과 없이 "아시아에 고통줬다"는 말로 넘어가려는 태도를 드러냈다.

29일(현지시각) 아베 총리는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 무대에 나섰다. 이 무대는 일본 역사상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올랐다.

이날 아베 총리는 "일본은 지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행동이 아시아 여러 민족에게 고통을 준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이러한 생각은 역대 총리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여러 나라들이 기대한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문구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 등 사과의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행위'와 '역대 총리와 같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전쟁에서 항상 여성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라는 이 문제가 마치 전쟁의 일반적인 여성 인권 문제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에 일본계인 미국 민주당 마이크 혼다 하원 의원은 "아베 총리의 책임 회피는 충격적인 동시에 아주 부끄러운 것"이라며 "아베의 역사 직시 거부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엘리엇 엥겔 의원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본회의장 갤러리에서 연설을 지켜봤지만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중국계 민주당 주디 추 하원의원도 "책임이나 반성 없이 일본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진주만 기습을 꺼내면서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에 대한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2차 세계대전 기념물 앞에서 묵념했다"며 "일본을 대신해 지난 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영원한 애도를 보낸다"고 미국에 크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