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경정청구 기간 확대…소통 차원(?)
기재부 "왜 자꾸 규제에 세금을 넣는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 대상에 또 다시 세금이 포함됐다.
종전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외국인투자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에 대한 경정청구기간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세금은 규제가 아니라 의무이며 조세는 법령상 규제범위가 아니다'는 정부의 기조와는 상반된 행보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간 정책 추진에 있어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6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외국인투자 규제혁신 방안에 따르면 외투기업이 비과세·감면 혜택을 과세이후 사후적으로 경정 청구할 수 있는 신청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규제개선의 목표시한을 올 하반기까지 설정했다.
국조실은 "외투기업과 소통을 강화해 애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세금이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면세한도 인상 이전에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현재 면세한도(400달러)도 높다"며 인상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나,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경제단체가 면세한도 인상을 건의함에 따라 자연스레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규제를 이른바 '감춰진 세금'으로 여기면서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국세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세무조사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재계의 요구가 쏟아졌다. 세무조사가 정상적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근거로 세무조사 비율을 줄여달라는 것이 주요 목소리였다.
뿐만 아니라 ▲접대비에 대한 세무상 규제 완화 ▲일반 세무조사 사전통지기간 연장 ▲세무조사 종결협의제 도입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세정지원 확대 ▲가업상속세 분할납부 특례 확대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금을 규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전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인' 대대적 규제개혁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정산 대란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세금을 규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기재부는 규제개혁과 관련한 소관 규제로 지목되고 있는 세금문제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을 규제라고 할 수 없다. 왜 자꾸 규제개혁 대상에 세금을 넣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