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없는 나라(?)에서 세무회계 지식을 배우고 한국으로 건너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세무법인 직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세무법인T&P(대표 : 김영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터민' 김은혜 대리(29세, 사진).
2009년 가족들과 함께 탈북해 2010년부터 세무사 사무소에서 업무를 시작한 김 대리는 현재 세무법인T&P에 정착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며 세무사를 목표로 힘차게 정진하고 싶다는 김 대리.
그는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사가 꿈이긴 하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프로페셔널한 세무 전문가가 되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차별 없는 직장생활, 가장 만족" = 김 대리는 2009년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탈북한 '새터민'이다. 이후 1년여 동안 하나원(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설치된 정부기관)에서 사회적응 훈련을 받고 전산세무회계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에서 배운 부기(簿記)가 나름 도움이 됐다.
그는 "세금을 내지는 않지만 북에서도 회사 관리차원에서 회계업무를 한다"며 "한국으로 넘어와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북에서 배운 용어와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차이는 있지만 방법은 같기 때문에 그나마 수월하게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세무업무를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세무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 김 대리는 정식으로 개인 세무사 사무실에 취직해 경력을 쌓았다.
편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억양을 고치는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세무법인T&P 김영기 대표와 김 대리 어머니의 인연으로 지난해부터 세무법인T&P에서 근무하게 됐으며, 이제는 막내티를 벗고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로 발돋움 했다.
김 대리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이직률이 높은 세무사 사무실이지만 세무법인T&P에서는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근무하고 싶다. 대표님은 물론 주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표님께서 운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시고 헬스클럽 등록도 해주시는 등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셔서 너무 좋다. 정말 오래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표님은 물론 함께 근무하는 선배분들도 새터민 출신이 아닌 동료로서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해주시는 것도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 큰 힘이 되는 한마디 "커피한잔 사드릴게요" = 김 대리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 시 업무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준비가 미흡했던 것.
그는 "5월이 종합소득세 신고로 가장 바쁜 달인데 지난해 2013년 귀속 종소세 신고 당시에는 준비가 안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거래처에서 욕도 많이 먹고 혼자 몰래 울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하지만 일을 잘 마무리하고 거래처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큰 힘이 된다"며 "'커피한잔 사드릴게요'라는 말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종소세 신고는 지난해 경험을 살려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신고를 마무리 했다"며 "누군가 나에게 세법을 물어보고 남에게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대리는 업무시간 외에는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
실제로 자전거 얘기가 나오자 김 대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눈을 더욱 반짝였다.
그는 "지난해 자전거로 부산을 종주했고 올해는 4대강 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낙동강변을 지날 때의 상쾌한 기분을 잊지 못한다. 힘든 기억보다는 즐거운 기억이 더 많아 부산에 한번더 내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꿈이지만 자전거 대회에서 입상하고 싶은 꿈도 꾸고 있다는 김 대리.
그는 "일도 취미도 모든 열심히 할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제2의 삶을 펼쳐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