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 흥분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우리 세무사회와 정구정 회장을 비난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냐", 대답 할 틈도 주지 않고 와장창 쏟아낸 후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신분을 밝히지도 않은 그 독자에게 지면을 빌어 대답을 드리고자 한다.
오래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아직 할 이야기들은 많이 남았다" = 조세일보는 지난달 11일부터 <'정구정 王國', 세무사회를 파헤치다> 기획시리즈를 보도했다. 기획시리즈 진행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또 그 이야기들은 지금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조세일보의 기획시리즈는 이제 끝을 맺지만 우리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구정 회장을 지지하는 일부 세무사들 중에는 "세무사회장이 일만 잘하면 3선을 하든 4선을 하든, 연봉을 3억 받든 10억을 받든 무슨 문제냐"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이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오래 두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인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이 사유화되고 장기화되면서 부패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세무사회장은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세무사회칙에 규정되어 있다.
일 잘한다고 3번, 4번 할 수도, 평생을 할 수도 없도록 되어 있다.
세무사회장이 타자격사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서초동에 7층짜리 빌딩을 소유한 정 회장의 생계를 위해? 세무사회 회원들에게 홍삼선물을 하기 위해? 회원들이 낸 회비로 회원들에게 홍삼선물을 하는 것이 회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회, 정부 관계자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그 큰 돈이 필요한가? 세무사회원들은 세무사회장이 대외로비를 돈으로 하기를 진정 바라고 있다는 것인가? 과거에도 정 회장은 국회 등 관계기관에 금품로비를 했다는 구설에 휘말린 바 있지 않은가?
세무사회원들의 심부름꾼 역할로 선택되어 자신의 생업을 제쳐두고 봉사를 하는 자리였던 세무사회장 자리는 3억원이라는 거액의 급여를 받으면서 입맛대로 회무를 집행하고, 노선이 다른 이들은 찍어내고, 지방회를 징계하겠다며 지방세무사회장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됐다.
세무사회원들의 돈으로 만든 소식지(세무사회보)는 세무사회장의 치적을 찬양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들의 이름을 대놓고 거론하며 물고 뜯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좋은 일 하겠다며 공익재단을 세운 뒤 120억원의 출연금 마련해야 한다며 먹고살기도 바쁜 세무사회원들에게 실컷 돈타령을 하더니 끝내 '후원회원 모집' 영업까지 강요했다. 그리고 자신은 4년도 모자랐는지 사실상 종신 이사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떡 하니 만들어 놓고 그 자리에 앉아있다.
정 회장은 3억원 연봉도 부족했는지(?) 연봉 6000만원이 지급되는 자리(세무사회 산하 한국조세연구소장)까지 꿰차고 앉았다.
이에 비해 선출직인 지방세무사회장과 지역세무사협의회장은 연봉도 없이, 교육예산지원도 없이 회원 직무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무사회 전산법인, 한길TIS 본사의 소재지가 참 묘하다
세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한길TIS 본사는 정 회장 개인 소유 서초동 빌딩에 입주해 있다. 한길TIS 세무기장 업무도 그 수많은 세무사들을 다 제치고 '정구정 세무사무소'가 수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적정 임대료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서초동 요지의 건물에 빈사무실이 허다한 상황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세무사회장이 이 무슨 오해 살 일이란 말인가.
설사 한길TIS 대표가 사무실 임대와 세무기장을 간곡히 애원을 했다하더라도 "세무사회장과 한길TIS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고 매정하게 거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세무사회 임원들은 이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냐고 정 회장을 두둔하고 있다.
조세일보가 정구정 회장을 비판한 이유
조세일보(www.joseibo.com)는 지난 5월11일부터 <'정구정 王國', 세무사회를 파헤치다> 기획시리즈를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조세일보가 임기가 다 끝난 정 회장을 비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세일보가 정 회장에 대한 비판기사를 기획시리즈로 보도한 이유는 작금의 세무사회가 지나치게 회장 중심으로 권력화, 사유화되었으며 이러한 비정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수 많은 세무사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분을 토하며,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세무사회의 문제점을 세무사회원들에게 알려야 하지만 세무사회보를 비롯해 크고 작은 지방세무사회 및 지역세무사협의회 행사,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정 회장의 일방적 주장만 전달되는 등 제대로 알릴 방법이 없어, 조세일보가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는 세무사 업계의 주장은 상당부분 타당했다.
새 세무사회장에게 바란다
차기 세무사회장에 대한 세무사 회원들의 바램은 간단명료하다.
'비정상의 정상화'다.
세무사회원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세무사회장은 회원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로 되돌려 분열된 세무사업계의 통합을 선도하고 지방세무사회와 지역세무사협의회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산지원에 힘써야 한다.
또한 세무사 업계 발전에 크고작은 기여를 해온 세무사고시회, 여성세무사회, 세무대학세무사회 등 임의단체 활동을 존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무사회장 중임제한 규정을 악용하지 않도록 회칙에 명확하게 못 박아야 한다.
P.S : 조세일보가 '더존일보'라고?
일부 정구정 회장의 지지자들은 정 회장을 비판하는 조세일보를 '더존일보'라며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버젓이 올리고 있다. 더존이 조세일보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조세일보가 더존의 논리에 따라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주장에 대해 그동안 대응하지 않은 것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이런 황당무계한 얘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자 한다.
조세일보와 더존은 상호 전략적제휴관계에 있다. 조세일보는 더존에 뉴스콘텐츠를, 더존은 조세일보에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더존은 조세일보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무슨 조세일보가 더존 자회사란 얘긴가. 조세일보가 더존의 논리에 따라 기사를 쓸 이유가 없다.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더존 관계자에 따르면 10개 더존 계열사(임직원 1500여명)의 매출액 중 세무사업계에서 올리는 매출은 3%정도에 불과하다. 세무회계사무소에 세무회계프로그램을 무상 공급하고 있고 유지보수료는 까다로운 세무사사무소 특성상 프로그램 A/S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더존은 십수년전부터 ERP와 정부 및 기업IT, 보안, 클라우드서비스, 중국진출 등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더존이 세무사업계에 목을 맬 이유가 없는 상황인데도 세무사회 선거 때만 되면 상투적으로 더존파, 세무사회파 운운하며 더존을 선거에 악용해 편가르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더존 관계자는 강한 유감을 표명한 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법적으로 강력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세일보 또한 세무사업계에서 올리는 매출이 10%도 안된다. 더존이 조세일보를 매입할 이유가 없고, 조세일보 역시 흑자 나는 회사를 더존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조세일보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들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