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유동성 위기 시점, 동부화재 사모펀드 늘어
동부화재보험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동부화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 계열사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밝혀낼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동부화재가 지난해 별도기준 총자산 26조8000억원, 매출액 12조 5000억원에 이르는 동부그룹 최대 우량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계열사들을 우회 지원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도 이번 세무조사에서 집중 조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동부화재는 특수목적기업(SPC)들의 자금 운용 명세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리고 있어 이들 SPC를 통한 계열사 우회 지원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게 만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동부화재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말 현재 특수목적기업은 동부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11호 등 약 43개에 달하고 있다.
2012년 39개에서 2013년 34개로 줄었다가 지난해 43개로 다시 늘었다.
특히 이 중 사모펀드의 숫자는 2012년 37개, 2013년 32개, 2014년 42개로 대부분의 특수목적기업이 사모펀드에 해당된다.
이처럼 동부화재가 사모펀드에 올인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동부화재가 사모펀드를 늘린 시점이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시점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가 대상인 반면에 사모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정 판매된다. 또한 공모펀드는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한 종목에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특히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분산투자 등 운용규제, 투자설명서 설명·교부의무, 외부감사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이런 규제가 면제 또는 완화돼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태생적 특성상 공모펀드에 비해 외부 감시가 소홀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투자자와의 협의를 거쳐 특정 기업이나 자산에 집중 운용하는 것도 가능해 그룹 내 계열사 우회 지원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특정 기업의 주식·채권을 별 제한없이 사들일 수 있다는 사모펀드의 특성 때문에 재벌의 부실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자금 이동 수단으로 종종 악용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동부화재측은 계열사 우회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이들 펀드의 자산운용 내역과 명세 공개는 거부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그룹 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거나 내부 자금 이동 수단, 불법 자금 조달 등의 창구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측은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내역 공시는 사모펀드 수익증권에서 거래를 하더라도 해당 거래내역을 포함하여 작성하고 수익증권을 통한 계열사 거래는 없다"고 항변했다. 이와함께 "43개 사모펀드 수익증권은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항공기 선박 SOC사업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 김 회장 등 특수 관계자와의 동부생명 주식 매입 과정도 의혹
또 다른 의혹은 세무조사 대상기간 중 수시로 행해진 대주주 및 계열사들과의 주식·채권·부동산 매입 등 내부거래와 관련된 부분이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세법은 물론 공정거래법에서도 엄격한 규제와 감시의 대상이다.
이 가격은 교보생명과 함께 생보업계 2~3위를 다투고 있는 상장사 한화생명 주가(각 거래일 종가 기준)와 비교했을 때, 최저 58.1%, 최대 114.3%나 높은 가격이어서 과연 적정한 가격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것이 금융투자 전문가의 지적이다.
현행법상 동부생명 같은 비상장기업의 주식 평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의 규정을 준용해 산정하도록 돼 있다.
이 법 제63조제1항제1호 및 시행령 제54조(비상장주식의 평가)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은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의 비율로 가중 평균한 가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생명이 공시한 재무제표만으로는 정확한 계산이 어려워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공시된 재무제표를 가지고 주당 순이익과 순자산을 구해, 상증법에 근거 1주당 가치를 구해본 결과, 대략 9000원~1만원 사이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측은 각각의 거래 시마다 2곳의 회계법인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평가한 가격을 평균한 매입가격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화재가 지불한 평균 매입단가 1만3184원은 상증법에 따라 계산한 주당 가치보다 약 30%가 조금 넘는 금액으로,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진 가격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의 계열 금융기관 주식 매입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은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거래 당시 동부생명과 한화생명의 시가총액은 각각 3763억원과 6조 4016억원으로 17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발행 주식수를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화생명과 동부생명의 2014년 기준 보험료수익도 7.8배의 격차를 보이고 순자산금액도 16.4배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부화재는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과도 부동산 매입 등을 비롯해 유가증권 거래 규모도 많아 계열사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동부화재 관계자는 "계열사들에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