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을 하며 소득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근로소득 면세자(이하 과세미달자)'에 대한 비율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과세미달자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과세형평성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세미달자를 줄이는 이른바 '서민증세'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맞게 세금을 내야한다는 안팎의 압박이 정부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끔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 "소득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세금 내야…" =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2015~2019년)'에 따르면 정부는 과세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적정 세부담'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쉽게 말해 '면세점' 구간 근로자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소리다.
기재부 관계자는 "계속해서 면세자들이 많아졌고,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통해 그 비율이 더 늘었다"면서 "면세자 비율을 장기적으로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점차적으로 축소될 수 있도록 공제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근로소득자들에게 적용되던 소득공제 체계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면세자 비율의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감시망도 넓힌다.
정부는 현금영수증·전자계산서 의무발급 확대 등 제도개선을 통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로 했다. 여기에 자영업자의 성실신고 유도를 위해 세제상 지원을 강화하고, 성실신고 확인대상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상장주식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금융상품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등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도 손질될 계획이다.
□ 법인세율은 '성역(聖域)'= 특히 법인세율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간 끝없는 대립을 이어왔으나, 법인세는 여전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聖域)'으로 남겨두고 있는 모습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2012년 이후 비과세·감면 정비 등으로 대기업 위주로 상승 추세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법인세 과세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세율 조정이 아닌 '업무용 승용차 사적사용 제한', '이월결손금 공제제도 보완' 등을 제시했다. 국제적인 추세 등을 감안해 법인세 과세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으나, 법인세율에 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부는 자녀세대에 대한 증여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청년층으로 부(富)의 이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증여세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사업기회 제공 등 변칙적 증여에 대한 과세근거를 마련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주택 비과세제도를 공제·감면 제도로 개편을 검토하거나, 종합부동산세는 현행 과세체계를 유지하면서 지방세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감면한도 일원화, 공익사업용 토지 양도에 대한 감면율 조정 등 양도세 과세특례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
□ 정비 어려운(?) 비과세·감면제도 = 정부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에 대해 다소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해관계자들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함부로 세제혜택을 끊을 수 없다는 이유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각종 감면의 효과에 대한 심층 분석이 없을 경우 정비가 쉽지 않으며 새로운 감면 요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청년 고용절벽 우려 등 경제여건 변화로 인해 세제지원 방향을 조정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지속적인 성과평가를 통해 소관 부처의 관심 및 참여를 유도하고 객관적인 평가결과에 따라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중소기업, 서민·중산층 관련 세제지원은 세부담이 크게 늘지 않도록 현행을 유지하거나 합리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또 고용과 무관하게 지원되는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기타 세제지원에도 고용연계 조건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납세협력 부분과 관련, 납세자가 이해하기 쉬운 세법을 만들기 위해 상속·증여세법과 국세기본법에 대해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통해 정비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세법개정을 납세자 예측가능성이 제고되고 세법적응비용이 최소화되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 "탈세는 뿌리 뽑는다" = 한편 정부는 OECD BEPS(세원잠식과 소득이전) 프로젝트 추진 등 역외탈세 방지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과세 강화, 국가 간 세법차이를 이용한 이중 비과세 방지 등 국제적 기준을 감안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 과세정보를 교환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국내 조세조약모델을 개정해 향후 조세조약 협상 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도 시행, 자진신고 시 가산세·과태료·명단 공개 면제와 형사관용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국가 간 과세정보교환 관련 이행규정 등 법령을 정비하고 주요국과 과세정보교환도 조기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는 세금탈루 소지가 많은 물품의 거래(철스크랩 등)에 대해 매입자 납부제도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납세절차 간소화 등을 위한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간이과세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