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그리고 파행… = 11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진행된 서울·중부청 국정감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신세계 그룹 세무조사 자료요청이 이어졌고 이를 서울청이 거부하며 도중에 정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신세계 그룹 건에 더해 홈플러스의 테스코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세금탈루 의혹이 제기되며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11일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의 자료제출 거부 문제가 하루만에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을 필두로 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신세계 차명주식 보유 의혹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는데, 서울국세청이 '개별납세사항에 대한 문제'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하자 국감이 파행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전날 열린 국세청(본청)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와 흡사한 모습이 벌어진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지난 2006년 차명주식이 발견됐으나 국세청은 증여세를 낮게 책정해 감사원 시정요구를 받고 33억원을 추가 징수 한 바 있다"며 국세청의 이러한 재벌 봐주기 특혜를 받은 신세계그룹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올해 또다시 1000억원 상당의 차명주식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등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명한 후 기획재정위원회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서 박영선 의원은 여당이 국세청과 함께 '재벌비호'를 하고 있다고 말해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여당 간사)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 계속된 자료제출 논란, 말 다른 '본청-서울청' = 국세청의 자료제출에 대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와 서울청이 제출한 자료가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 서울청 조사4국의 일시보관 건수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자료를 받았는데 조사4국은 통계낸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물어봐도 아는게 없어! =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지난 7년간 3차례에 걸친 다음카카오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치적 외압으로 인한 것 아니냐며 임경구 서울청 조사4국장에게 수차례 질의했으나, 관련 내용에 대해 임 국장은 "아는게 없다" "모르겠다" "자료를 봐야곘다"고 말해 홍 의원이 이에 격분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국세청이 어제 준 일시보관 건수 자료는 조사4국을 빼고 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는 엉터리라는 얘기"라고 힐난했다.
홍 의원은 또 "서울청에 비정기 세무조사의 기간이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모르겠다고 했는데,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는 도대체 무엇인지, 자료를 어떻게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에서 서울청 조사4국의 통계를 빼고 자료를 만든 것인지, 서울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둘중 하나인데, 정말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같은당 김영록 의원도 국세청 자료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국감을 해보니 통계숫자만 있고 개별과세 자료가 없다"며 "수박 겉핡기식이다. 일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통계청 국정감사와 똑같다. 우리는 통계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 이렇게 개인납세정보 제공 제출 불가라는 명목아래 비리를 은폐하니 재벌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국회도 국감을 통해 자료접근을 할 수 있고 자료를 받을 권한이 있는데도 안주니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정책질의 틈틈히…억울함 호소한 중부청장 = 자료제출 문제로 인해 한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책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26%에 이른다며 세금으로 70조원을 못 걷고 있는데, OECD 평균인 18.4% 정도만 되어도 21조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이어 일본의 지하경제 규모는 11%, 미국은 8.7%라며 우리나라 국세청은 이탈리아, 멕시코, 그리스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표본추출해 세무조사를 하면 자영업자는 소득의 44%를 누락하고, 전문직은 33%를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국세청이 자영업자와 전문직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손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FID 리더기 비치의무가 있는 유흥업소에 대한 국세청의 단속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국세청 고시에 의해 2012년부터 룸싸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은 RFID 적용 주류만 판매해야 하는데 이들에 대한 단속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서울청과 중부청에 RFID 리더기 보유 현황과 판매 현황 자료를 요구했는데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며 "리더기 판매수량 점검을 통해 비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업소 수 추정이 가능하나 현재 국세청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가짜양주가 유통되지 않도록 계도 차원에서 일정부분 단속이 필요하다. RFID는 현재 나와있는 방법 중 가장 현대적인 방법이니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재웅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 용역업체 선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지난 10일 국세청 국정감사에 이날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서도 NTIS 사업자로 삼성SDS가 선정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중부청장은 "EITC 등 큰 사업을 몇개 추진한 경험을 살려 차세대시스템 사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고 차세대추진단에서 3년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것은 나는 사업에 대해 잘못을 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리했고 어떤 사업자(삼성SDS)를 미리 선정해 놓고 진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