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재고급증에 할인판매 등 경쟁 격화로 184억 손실
국내 최대 유가공업체 서울우유가 184억원이라는 큰폭의 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8월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로 촉발된 원유수급 불균형 지속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영공시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액은 신용사업부 매출 246억원을 포함, 총 8338억원을 시현, 지난해 상반기 8546억원대비 2.4%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333억원 대비 무려 84.5%나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 손익의 경우 184억원의 순손실을 시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로 원유 생산량은 급증한 반면 우유소비는 부진, 분유재고량이 2년 넘게 급증 추세가 멈추지 않아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며 “더욱이 지난해부터 유가공 업체들의 가격할인을 포함, 각종 프로모션 경쟁이 격화돼 조합 경영에 악영향을 끼쳐 큰 폭의 반기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우유의 ‘재고·생물자산’ 추이를 보면 올 상반기 1407.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962.5억원 대비 445.3억원이 급증했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직전해인 2012년 786.5억원과 비교시 79%나 증가한 수치여서 조합 경영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손실 주범은 ‘원유가격연동제’...가격결정 원리 수요공급 법칙 무시한 '기형적 제도'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계및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연동제’를 그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정부가 해마다 반복되는 낙농가와 우유업체 간 원유가격 인상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2013년 8월 도입한 제도다. 전년도 원유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해 매년 고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문제는 생산비와 물가는 매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원유가격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어 우유수요가 줄든 말든 인상 또는 동결만 가능한 기형적인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우유 소비는 늘지 않아 재고가 쌓여가는데도 유업계의 원유 구매가격은 리터당 1088원으로 동결됐다. 우유가 안 팔려도 원유를 배정받은 쿼터대로 사줘야 하는 유가공업계로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국내 분유재고량은 26만9천여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8월 9만2천여톤과 비교하면 2.9배나 급증했다. 그만큼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유재고량이 최대치에 달했던 지난 3월 28만6백여톤과 비교 1만1597톤이 줄어든 점이다. 여기에는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등 국내 식음료업체들이 우유소비 진작을 위해 빵이나 빙수 등 각종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캠페인을 적극 펼친 점 등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이나 아직도 재고 소진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서울우유의 적자 전환은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곳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가격결정의 기본원리는 무시한 체 축산농가 보호만 앞세운, 기형적 제도인 ‘원유가격연동제’를 밀어붙인 정책 후유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축산농가가 조합원인 서울우유, 남양·매일·빙그레 보다 타격 심해...해결책 요원?
원유가격연동제의 후유증은 축산 농가를 조합원으로 둔 서울우유가 특히 손익 측면에서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다른 유업체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사의 반기 영업 손익 증감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매일유업이 약 47.1% 줄었고, 빙그레는 3.4% 감소, 남양유업은 흑자 전환한 반면에 서울우유는 무려 84.5%나 줄었다.
주요인으로 업계에서는 각사별 원유배정 쿼터량의 큰 차이와 함께 타사들의 경우, 유아용 분유나 치즈, 라떼커피, 아이스크림 등 시장 지배적 아이템이 다각화되어있는 반면에 서울우유의 경우 우유와 치즈 외에는 지배적 아이템이 다양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게다가 업체간 치열한 경쟁상황이 지속되면서 서울우유도 올해 들어 가격할인·판촉행사 등에 동참하며 관련비용이 급증한 점 등을 들고 있다. 더불어 우유의 국제시세 역시 최저수준이어서 타사와 달리 값싼 수입산 원유의 사용이 용이치 않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우유의 올 상반기 경제사업 관련 영업비용이 7049억원으로 전년 동기 6951억원대비 98억원 가량 급증하고 재고자산 또한 445.3억원이나 폭증한 점 등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원유가격연동제로 촉발된 원유수급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낙농진흥회가 대안을 마련, 지난 16일 소집한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생산자 임원들의 불참선언으로 개회조차 못하고 파행되는 등 해결을 위한 단초가 마련되지 못해 서울우유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