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을 법률에 명시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세가 법제화될 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지난 1968년에 처음 공론화된 후, 무려 47년을 끌어온 문제.
정부는 사회적인 논란거리인 종교인 과세를 올해 반드시 마무리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최후의 카드 '소.득.세.법.개.정.안'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된 종교인 과세 명칭을 '종교소득'으로 못 박고 직장인처럼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한 국회의 반대로 소득세법 시행령에 과세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데 그쳐야 했다. 종교인의 소득에서 일괄적으로 필요경비를 80% 빼고 나서 소득의 나머지 20%에만 세금을 매기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번엔 기존 시행령에서 '사례금'으로 분류한 것을 종교소득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종교인 과세안을 진일보 시킨 것이다. 특히 종교인의 소득이 천차만별인데도 과세 체계가 일률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소득이 높을수록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부분도 줄였다.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면 필요경비가 80%, 4000만∼8000만원이면 60%가 인정된다. 8000만원∼1억5000만원은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다.
식비, 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규정토록 했다.
현재 근로자의 경우에는 식비는 월 10만원까지만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되며 교통비 성격인 자가운전 보조금은 월 2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원천징수도 종교단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원천징수 하지 않는 경우 종교인(개인)이 신고·납부하도록 했으며, 종교인단체가 원천징수를 하면 반기납부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종교인에게 돌아가는 실질 세부담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체 종교인 약 23만명 가운데 과세대상은 약 10~15%에 불과하고, 과세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은 약 100억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그동안 걷지 않는 세금을 걷는 만큼, 세정상의 배려까지 더해진다.
정부는 저소득 종교인들을 위한 '근로장려금(EITC)' 지급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후의 분수령, '정.기.국.회'
여러 측면에서 볼때 올해 정기국회는 종교인 과세 문제를 매듭짓고 갈 최후의 분수령.
이 기회를 놓치면 상당 기간 동안 기회가 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종교인 과세 자체가 '정치적 결단'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올해 정기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법제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은 내년 총선을 배경에 깔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 표심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수 있는 '불감자'나 다름없는 종교인 과세에 정치권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
만약 올해 정기국회에서 총선이라는 복병에 잡혀 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좌절된다면, 19대 대통령 선거가 바짝 다가오는 내년과 내후년, 이 문제를 다시 도마위에 올리기에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말기였던 지난 2012년의 경우도 변죽만 잔뜩 울리다, 흐지부지됐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제화에 실패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종교인 과세 법제화 실패하면?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시행령만으로 과세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종교소득을 법률로 명시하는 안이 국회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과세 발동 시기를 재차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제화 실패 시 자동적으로 내년 1월1일부터 사례금 방식 시행령을 통해 과세권이 발동된다.
앞서 정부는 2013년 9월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로 보고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헌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 입장에 부딪히면서 과세안은 국회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정부는 이에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보고 원천징수(4%)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친 이후, 재차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종교인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며 원천징수의무자는 종교단체로 해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작년 말 국회 논의과정에서 1년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유예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장기적인 논의거리로 남겨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년 총선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종교계의 반발과 선거 악영향을 우려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반대파 개신교인들은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을 한 사례도 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재차 유예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 없이 시행령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눈치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시행령으로 과세방침을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