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나와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국정화, 기재위도 '충돌' 野 예비비 의결 반발…최경환 "철회 불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관련,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으로 44억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것이 알려지면서 향후 진행될 예산안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맹반발하면서 다른 예산심사 파행을 경고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에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한 데 대해 "예비비 사용은 예측할 수 없는 예산외 지출이나 초과지출에만 사용토록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보 양보해도 지금 이 순간 예비비를 사용할 행위가 전혀 없다"며 "이제 (교과서 국정화가) 행정예고 중이다. 돈을 써도 내년에 써야 하고, 미리 돈을 빼돌리는 건 예산심사권을 무시하고 우회하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도 "국무회의에서 13일 예비비를 의결한 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국민과 국회, 언론인 모두가 깜빡 속은 것"이라며 "예비비가 국무회의 통과한 다음날인 14일 교육부의 국회 예산 설명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공무원들은 '관련 예산 편성이 없고 예비비를 할지 본예산을 할지 결정된 게 없다'고 했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날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야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향해 예비비 의결을 철회할 것을 압박했지만 최 부총리는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국정화 구분 고시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2일에 확정되는데 정부가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요식적 행정 행위를 했다"고 비판한 후, "이번 예비비 편성은 기준에도 맞지 않다. 국회 예산 심사를 통과할 자신이 없으니 예비비를 사용한 것 아닌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도 "정부가 비밀리에 예비비를 승인한 것은 위법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창의적인 생각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도 맞지 않고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과도 어긋 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기재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가 적절히 했다고 생각 한다"며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철회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예비비 의결철회를 거부했다. 새누리당 역시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지난번 이미 정부가 방침을 밝혔다"며 "예측 불가능할 때는 예비비 편성이 가능하다"고 정부 결정에 힘을 실었다.
◈ 美 KF-X 기술이전 불발 '외교망신'…정의화 "국회 조사해야"
한국형 전투기(KF-X) 관련,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불가 '늑장보고'와 한미 정상외교에서까지 미국에 거듭 기술이전 요청, 거부당한 것에 대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KF-X에 대해서는 중요한 기술에 대한 이전이 안됐기 때문에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소청문회를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정조사에 대한 법 절차에 따르고자 하면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KF-X사업에 대한 문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역시 국방부·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았음에도 6월에야 청와대에 늑장보고 한 것과 이번 박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미 측에 핵심기술 이전을 요청했다 거부당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외교를 총괄 지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기술 이전 문제는 최종적으로 지난 5월에 이미 통보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에 대통령께서 방미 정상외교를 하는 과정에서 풀어보자는 식으로 접근을 했던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까지도 재를 뿌리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교체된 것에 대해 청와대의 '꼬리자르기'로 규정했다.
백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F-15SE를 3차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1순위 후보로 상정했음에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점과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불가 늑장 보고 등을 지적하며 "문제는 현재 그러한 책임을 가진 이들이 현직을 떠나거나 사업과 관계없는 자리에 앉아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