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야 지도부 5자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청·여·야 5자 회동이 서로의 심각한 입장차만 드러낸 채 '빈손회동'으로 끝나자, 여야의 파열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전날(22일) 회동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의 '설전'을 연장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친일-독재 미화'라는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 "괴담"이라는 등 비판수위를 올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야권의 전열 정비를 내세웠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5자 회동에서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친일-독재 미화'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고, 단 한 페이지도 써내려가지 않은 역사교과서에 대해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역사교과서는 좌도, 우도 아닌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역사교과서에 대한 대화에서 (여야 간) 인식 차이가 아직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 차이 자체만으로도 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정치권의 개입은 역사교과서를 정치교과서로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이제 정치권은 역사교과서 문제를 국사편찬위와 역사학자 등 전문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 현안을 처리하고 경제 살리는 데 총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 역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아직 집필하게 될 집필진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서가 다 쓰여진 것처럼 '친일-독재 미화'라는 주홍글씨로 선동하는 것은 (야당)대표답지 못하다"며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라고 새정치연합을 겨냥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교과서 국정화 반대여론이 일주일 새 급속도로 높아진 것에 대해 "저희가 국민들께 설명 드리는 부분이 부족했고 야당에서 효과적으로 공격을 했다"면서 "예를 들어서 2017년 3월부터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배포되는데 배포시기를 놓고도 야당에서 거의 인터넷 괴담 수준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야권을 공격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5자 회동에 대해 박 대통령의 '독선'을 맹비판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부산과 대구를 방문하는 문재인 대표를 대신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회동에서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현안과 민생현안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했지만 아무런 공감도, 울림도 없었다"며 "답답한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정국 경색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주 최고위원은 "어제 박 대통령은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친일독재 미화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던 박 대통령의 말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5자회동에 참석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나는 완벽하고 옳고 당신은 다 틀렸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이제 전열을 정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는 애초부터 어떤 합의의 의사도 없었고, 그 결과 아무런 성과도 못 냈다"며 "대통령이 지극히 우려스러운 역사인식을 갖고 있으며 향후 정국을 강경 드라이브로 몰고 갈 것임을 확인한 것이 최대성과"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제 국회 운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여권은) 정국파탄을 향한 치킨게임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강행방침을 비롯한 향후 정국운영 전반의 강경 드라이브 방침에 어떻게 대응할 지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5자 회동에 대해 "통상적으로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와 회동할 때 주로 여당은 그럴 기회가 많이 있기 때문에 국정운영 한 파트너로서 야당과 영수회담을 하는 게 통상 관례"며 "상식이 거부당한 회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변인이 배석하는 것은 배석 여부를 논할 이유가 없이 당연히 기록하는 건 늘 있어왔던 상식"이라며 "이번 회동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상식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올바른 교과서'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아주 극우 편향적인 사람들이 쓴 대안 교과서의 내용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역사교과서까지 정치화하는 것이 국정교과서"라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