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사업주 지배·관리 안 받는 상태서 발생, 업무상 재해 아냐"

자전거 출근중 교통사고

자전거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했어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그 판결 사유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려면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 사업자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박준석 판사는 건설업체 근로자 오모 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오씨는 지난 해 11월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머리,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박 판사는 "오씨가 이용한 자전거는 오씨의 아버지이자 공사 현장소장이 구입해준 것"이라며 "오씨가 이용한 자전거가 공사현장 업무에 사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출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오씨에게 공사 현장과 직선거리 616m 가량 떨어진 곳에 숙소를 마련해줬는데, 숙소에서 공사 현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약 13분, 자전거로 약 4분 정도"라며 "출근 시간도 오전 7시로서 출근 시 꼭 자전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자 오씨는 "사업주가 지정한 숙소에서 출퇴근했고, 자전거가 아닌 다른 출퇴근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월 "오씨가 당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가 아니다"라며 요양신청을 거부했고, 이에 불복한 오씨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