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액제→정률제로 바꾸고
무서명 거래도 늘려야
밴사 "책임 전가하지 말라"
신한카드만 정률제 합의
수수료 인하의 후폭풍에 빠진 카드사
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밴사의 대결, 누가 이길까.
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이 거세다. 카드결제를 도와주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이 주요 수익원인 카드사
와 밴사로선 수수료 수익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어서다. 카드사
들은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연간 카드 수수료 수익이 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본다. 카드사
가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려면 어떻게든 밴사에 내는 밴수수료 비용을 줄여야 하는 구조다. 카드사
들이 밴사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밴수수료를 끌어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다. 하지만 밴사들은 카드 수수료 감소 부담을 밴사에 떠넘기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카드결제 1건당 115원 하는 밴수수료 내려야”
카드사
와 밴사의 구조는 공생관계다. 벤사는 카드사
와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카드사
로부터 카드결제 1건당 115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런 밴시스템은 이미 구축된 망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운용비용은 전체 수수료의 2~3%인 1건당 3~4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모두 밴사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특히 최근엔 카드결제 비중이 급증하면서 밴사의 수익은 더 커지는 추세다. 밴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이유다. 실제 11개 주요 밴사의 매출은 2009년만 해도 5574억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엔 1조 21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대로 카드사
들의 밴수수료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최근 카드시장에서 1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긁는 소액결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다. 1000원짜리 물건에 대해 카드수수료로 20원 정도를 받는데 여기에 115원을 밴수수료로 내고 나면 오히려 손해보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가 밴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11년 7700억원, 2012년 9100억원, 2013년 1조10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카드사
들은 내년부터 카드 수수료 수익이 대폭 주는 만큼 밴수수료도 30% 정도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임원은 “이번에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할 때 추후 밴사의 리베이트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 점이 선반영된 만큼 밴사들도 수수료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고객을 많이 둔 카드사
들은 밴수수료를 승인 한 건당 수수료를 매기는 지금의 정액제에서 정률제(결제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로 바꾸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카드사
중에선 유일하게 신한카드만 밴사와 정률제 전환에 합의했다. 국민카드와 BC카드는 정률제로 바꾸는 안을 밴사에 전달했지만 밴사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 밴사 임원은 “이번에 카드수수료율이 이렇게 줄어들지 알았다면 정률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세 몰린 밴사 “내년 하반기부터 직격탄”
밴사들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카드사
의 정률제 개편 요구를 포함해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점점 무서명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들이 받는 수수료 115원 중 60원 정도가 카드서명을 도와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다. 현재 카드사
들은 무서명 거래 범위를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한다. 아울러 밴사들은 정부가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를 법으로 막았더라도 당장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한 밴사 임원은 “정률제 방식이 자리 잡고 무서명 거래가 늘어나면 밴수수료는 30% 넘게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카드사
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내년 하반기부턴 일부 밴사들은 영업이익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