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제5차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농·수협 등 상호금융기관에 예치된 조합원의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기간의 일몰 여부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책 목적이 달성된 이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정부와 농어촌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야한다는 정치권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통합 금융상품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하는 정부안에 대한 정책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지면서 입법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ISA를 놓고 여당은 국민재산형성, 노후보장을 이유로 대상자를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야당은 저축여력이 많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제5차 조세소위에서는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기간 일몰과 ISA 신설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 분야 개정안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조특법은 농가 등 금융소외 계층의 자산형성을 통해 가계 건전성 제고 및 서민금융 기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의 조합원 또는 준조합원이 가입한 예탁금 및 출자금 이자소득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1976년 박정희 정부는 농어민의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을 도입했고, 지난 1995년 정부는 정책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판단 하에 비과세를 '일몰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7번에 걸쳐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나왔지만 정치권의 반발로 번번이 일몰이 연장되어 왔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혜택이 가계대출을 증가시키고, 차명계좌를 통한 편법 탈세를 부추긴다는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고, 이미 여러 차례 일몰을 약속한 터라 이번만큼은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은 농수축협 등 상호금융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가 상호금융의 부실화를 낳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농수산물 유통 사업 역량을 저해하는 등 농어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ISA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정부안에 대해 손질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안은 근로자 및 자영업자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18년말까지 ISA에 가입해 예금, 적금, 펀드,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운용할 경우 여기서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고, 2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9%로 분리 과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국민재산형성, 노후보장 등을 이유로 현재 정부안보다 그 대상을 확대하고 비과세 금액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ISA의 혜택이 저축여력이 높은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해졌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 이와 관련해 5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ISA가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역시 ISA 도입이 재벌금융기관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펴기도했다.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혜택과 ISA에 대해 정부 및 여야가 특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는 다음 주 조세소위에서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은 "예탁금 문제는 정부로서는 여러 차례 일몰을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조세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일몰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ISA에 대해서는 여당은 국민재산형성, 노후보장을 이유로 대상자 확대, 금액 상향조정 등을 주장했다"며 "야당은 ISA의 혜택이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해당 안건은 다음주중에 재논의할 예정"이라며 "ISA에 대한 여야의 의견에 대해 정부가 딱히 수정안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안건을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