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제 52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게 된 허성욱 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의 권유로 세무사 시험을 겁 없이 시작해 수험기간 1년 11개월 만에 동차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수험기간을 돌아보면 늘 시간이 부족했고 불안한 실력 이었습니다. 다른 합격자분들에 비해 미천한 실력이라 합격수기 쓰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동차합격을 목표로 하는 많은 수험생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 수험생활 요약
2013년 10월 회계원리로 수험생활 시작
2014년 4월 1차 시험 불합격
2015년 4월 1차 시험 합격
2015년 8월 2차 시험 합격
□ 수험생활 전략
저만의 전략은 아래와 같습니다.
공부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저는 공부를 많이 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고 공부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저의 경우 쉽게 지치는 편이라 하루 8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대신 쉬는 시간에 운동선수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배운 내용을 그냥 즐기듯 떠올렸습니다.
강의를 줄이고 기본서에 집중한다.
강의를 들으면 쉽게 습득 되는 듯 보이나 사실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강의만 듣고 나머지는 기본서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습득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또한 학원 강의 보다 인터넷강의를 이용해 자습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수험서를 여러 권 보기보다는 "이 책에 나온 것은 완벽히 습득하고 이 책에 없는 것은 찍는다"는 각오로 처음 책 선택에 신중했고 그 이후 흔들림 없이 정한 책 을 반복했습니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한다.
자신만의 평정을 유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어려울 때마다 기도로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잘 쉬어야 오래 공부할 수 있다.
주변에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쉬지 않고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오래 공부하려면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주말에는 등산이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꼭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봐야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걸으며 하는 사색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되기 때문에 쉬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 학습과정
1차 준비
2013년 10월
영어공부는 군 생활 하면서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토익 점수를 얻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토익 준비를 하면서 회계원리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2013년 11월 ~ 2014년 2월
이 시기가 세무사 시험을 시작하고 처음 맞은 고난의 시기였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처럼 저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중급회계, 법인세법, 원가관리회계, 재정학, 상법 기본강의를 동시에 수강했습니다.
중급회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세법과 원가관리회계 등을 듣는 것은 어려웠으나 아는 것이 없어 원래 힘든 가보다 하면서 그냥 모르면 외웠습니다.
2014년 3월 ~ 4월
1차 시험은 얼마 남지 않았고 준비기간이 짧다고 해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배워본 적도 없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남아있었고 강의 들을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독학을 결심하고 세법개론서에 있는 예제문제와 객관식문제를 풀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외우고, 외워지지 않는 것은 시험에 나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 외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조세법처벌법은 나중으로 미루다 결국 하지 못했고 다른 과목들도 객관식 문제를 풀 여유가 전혀 없어 기본강의 들은 것을 바탕으로 복습하기에 급했습니다.
1차 시험을 치르러 갈 때 저는 정말 부족한 실력이었습니다. 절대 포기는 없다는 일념으로 시험을 봤고 전 과목 과락을 면했습니다. 물론 불합격했지만, 과락이 없다는 것이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2014년 5월 ~ 8월
1차 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것이 오히려 힘이 되어 계속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 목표는 2차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감하게 상법과 재정학은 잊고 회계학 1부, 회계학 2부,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 시기에 1차 준비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해 부족했던 부분이 주관식 풀이를 통해 채워지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세법학 1부, 2부의 경우 배울 때부터 재미있어 했고 최종합격 할 때까지 저에게 용기를 주었던 과목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저는 세법학을 외워야 할 것으로 보기보다는 세법의 법 논리를 배우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며 공부했습니다. 따라서 양의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강의를 수강 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9월 ~ 12월
이 시기의 목표는 2차 연습서 복습과 재정학과 상법 공부였습니다. 2차 연습서 복습은 주관식 답안지에 실제 시험처럼 작성했습니다. 재정학과 상법은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본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상법의 경우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상법뿐만 아니라 법 에 대한 공부 방법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세법학 공부에까지 크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2015년 1월 ~ 3월
이 시기에 다시 1차 시험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아는 세무사님의 조언으로 기본서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암기하려고 노력했고 객관식 문제집은 참고로 몇 문제 풀어보는 식으로 대비를 했습니다. 이 방법대로 공부해서 빠른 회독을 할 수 있었고 작년부터 봤던 기본서를 회독했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또한 모든 과목의 이론과 자주틀리는 부분을 키워드를 이용해 서브노트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나중에 이 서브노트는 시험에 다가 올수록 내용을 빠르게 상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재정학만은 예외로 객관식 문제에 의존했습니다.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 문제를 통해 거꾸로 이해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015년 3월 ~ 4월
이 시기에는 여러 학원에서 전국모의고사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무조건 주말에 모의고사를 보고 평일에 전 과목 1회독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학원에서 시험 스케줄이 없는 주는 따로 구매해 놓은 모의고사를 도서관에서 시간 재고 푸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공부한 것이 마지막까지 집중을 유지하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너무 큰 효과를 봐서 2차 시험을 준비함에도 그대로 공부했습니다.
저는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큰 심약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매번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같은 시간에 우황 청심환을 마셨습니다. 마킹하는 방식부터 모든 것을 동일하게 연습해 불안감을 많이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2015년 4월 말 ~ 6월 말
이 시기에 세무사 시험을 시작한 이후 최대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매일 "포기할까?"라는 생각과 싸우는 게 힘들었고 1차에 혼신의 힘을 다해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 큰 힘이 된 것은 1차 시험을 처음 보고 모든 과목을 면 과락 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 그땐 이것보다 더 막막했어" 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1주일 1회독 1회 모의고사"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진도별 모의고사를 주말에 학원가서 수강했고 매주 진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평일 동안 학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 때 학습하면서 1차 시험과 동일한 방법으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브노트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2015년 6월 말 ~ 7월 말
제가 합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 범위 모의고사를 포기하지 않고 봤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도별 모의고사가 끝나고 곧 바로 시작하는 전 범위 모의고사를 4회 신청해 "1주일 1회독 1회 모의고사" 방법을 고수해 나갔습니다.
전 범위 모의고사에 갑자기 세법학의 양이 방대해 졌지만 논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학습해 나가고 못 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세법 지식을 총 동원해 말을 만들어 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2015년 7월 말 ~ 시험 당일
이때까지 공부해왔던 것을 계속 반복하며 더 이상 문제를 풀지 않고 무조건 암기만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만들어 놓은 서브노트와 학원에서 풀었던 모의고사문제를 반복했습니다.
시험 당일 시험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어수선했습니다. 제 생각처럼 다들 열심히 하지는 않았고 옹기종기 모여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자 복도에 나가 걸어 다니면서 준비해온 서브노트를 암기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시험장에서 쉬는 시간에 본 것 때문에 합격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투리 공부가 큰 효과를 봤습니다. 다른 수험생 여러분들도 꼭 쉬는 시간에 공부할 것을 미리 준비해가서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 과목별 전략
1차 과목
재정학
재정학의 경우 경제학의 기본기가 전혀 없어 강의를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답을 보고 문제를 풀어서라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계속 반복했고 시험장 들어갈 때까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저만의 기호로 만들어 외워버렸습니다.
세법학개론
세법은 양이 방대해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과목입니다. 저는 특별한 방법 없이 단 한권의 책을 반복 했고, 객관식 문제나 주관식 문제를 풀면서 놓치는 포인트를 서브노트로 만들어 반복했습니다. 세법의 경우 잊지 않기 위해 포스트잇을 이용해 집안 구석구석 주요 법령을 써서 자주 상기시키려 했습니다.
1차 과목인 세법학개론에서 계산 문제는 맞추기도 어렵고 공부시간이 많기 때문에 말 문제를 맞추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저는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법률, 조세범처벌법의 경우 내용은 난해하지만 문제는 어렵지 않게 출제되며 10문제나 출제되기 때문에 모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회계학개론
모의고사를 보면 늘 과락이었던 과목이었습니다. 다시 풀어보면 기본적인 것만 맞춰도 고득점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이 되어 객관식 문제집 보다는 기본서 예제 문제를 반복 숙달 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상법
상법의 경우 단순하게 강의 듣고 기본서와 상법전만 무한히 반복했습니다. 객관식 문제집은 확인용으로 한번 풀었고 푸는 과정에서 틀린 부분을 기본서에 옮겨 단권화 했습니다.
2차 과목
회계학 1부
세무사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어려운 것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남들도 맞추는 것은 틀리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1차 준비 때 연습서를 학습해 본 결과 연습서와 기본서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깊이 있게 하기 보다는 자주 회독하는 전략으로 2차생 때에도 기본서 예제와 연습문제를 2차 답안지에 작성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연습서 대신 기본서를 공부함으로 시간을 절약해 세법 공부시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회계학 2부
모의고사 때 한번도 40점을 넘어본 적이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늘 발목을 잡는 과목이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과목이었습니다. 성적이 저조한 것의 원인은 어려운 문제를 못 풀어서가 아니라 쉬운 문제를 정확히 맞추지 못해서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세법학 1부, 2부
세법학은 특별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공부했고 출제될 가능성이 적은 부분은 출제된다면 어떤 식으로 답안지를 채워갈지 개괄 하는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동차기간에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공부하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제가 예상되는 200개 정도의 논제를 서브노트로 정리했고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백지를 내지 않기 위해 소제목만 반복해서 보며 제목을 통해 내용을 지어내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 마치며
동차생활을 할 때 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동차생들이 겪는 어려움 일 것입니다. 저는 힘든 순간마다 앞으로 나를 의지하며 살아갈 미래의 가족을 생각했습니다. 험한 세상을 저를 믿고 의지할 가족에게 떳떳하려면 이런 일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동차생이 되실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하면 되지"가 아니라 "나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고 그게 지금일 수도 있다"입니다.
미흡하지만 끝까지 저의 합격수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의 수기를 읽으신 모든 분이 합격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