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리 갔다리…대통령 '생일 난(蘭)'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2일 64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생일축하 선물을 둘러싸고 여야의 불협화음이 드러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축하 난(蘭)을 보내려고 청와대에 연락을 했지만 세 번이나 거절당했다.

청와대가 별다른 설명 없이 난 받기를 거절을 하자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악연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논란이 확대됐다. 이에 오후 3시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더민주 측이 보낸 난을 전달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난을 주고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서 정무수석이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고, VIP(박 대통령)가 나중에 보고를 받고 크게 질책을 하셨다"고 축하 난을 다시 받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뜻과 달리 현기환 정무수석의 자의적 판단으로 난을 거절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 축하 난 거절…현기환 정무수석 자의적 판단? = 하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은 어딘가 궁색함이 배어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국회를 오가며 정책과 법안조율에 나서는 정무수석이 야당 대표의 축하 난을 개인적 판단으로 3번에 걸쳐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처음에 축하 난을 보낸다고 할 때 정무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했을까 의문"이라며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3번을  거절하는 것이 말이 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보낸 생일축하 선물은 받았다는 점에서도 청와대의 해명은 의문스럽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전날(1일) 오후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박 대통령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도자기, 축하 난과 한과 세트를 청와대로 보냈다.

여당 대표의 선물은 받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격인 김 위원장의 선물을 받지 않은 것은 쟁점법안 여야 합의를 김 위원장이 틀어버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朴 대통령, 쟁점법안 압박…22분간 野 성토 = 박 대통령의 '노기(怒氣)'는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22분간 국회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는 대·중소기업 모두가 간절히 호소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지난 1월29일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며 "국민들께서는 여야가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며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 합의를 파기한 야당을 비난했다.

그는 "제게는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 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며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 운동에까지 이르는 국민들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관련 4법을 열거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대 간 상생 고용 생태계를 만들며 양질의 일자리 늘리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을 왜 의료 민영화와 나쁜 일자리, 쉬운 해고로 둔갑시켜서 가로막는지, 그런 행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 朴 대통령, 김종인 '깜짝 발탁'…취임 후 경제민주화 후퇴 = 특히 박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해 그의 상징인 '경제민주화'를 공약화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더민주行'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배신'이기에 축하 난을 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지만 대선 후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부양' 쪽으로 기울자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비판하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역시 김 위원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쟁점법안인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선거구 획정안과 함께 처리하자고 주장하자, 김 위원장의 '말바꾸기' 사례를 모아 "전형적인 구시대 부정부패 비리전략자"라고 공세에 나선 것이다.

□　與 "김종인, 전형적 구시대 비리전력자"…'감탄고토' =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A4 2장 분량의 자료에서 "국보위 활동으로 훈장(보국훈장 천수장) 수훈" "정당을 넘나들며 비상대책위원회 활동" "신군부의 국보위부터 민정당, 민자당, 새천년민주당 등을 거쳐 4차례 비례대표 국회의원, 장관, 경제수석 등 정권에 기생하며 요직 역임(했다)"이라고 김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서 퇴임한 김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발탁해 '경제민주화 아이콘'으로 상징성을 19대 총선과 대선에서 활용했던 것이 새누리당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자기들이 김 위원장 몸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서 야당으로 가니까 수준 낮은 비난을 쏟아내는 거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거 아닌가"라며 "자신들과도 함께 배를 탔던 분인데 이제 야당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