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직접 여론전 전개…개성공단 임금 북핵 전용-사드배치 주장, '논란'만 증폭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도발 등에 대한 강경 제재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을 향해 "힘을 모아 달라"고 직접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북한 임금의 핵 개발 전용(轉用) 의혹을 제기하고 사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배치 협의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배와 회의론 등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어 박 대통령의 "힘을 모아 달라"는 대국민 호소가 결국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4.13 총선거를 겨냥한 '북풍'이라는 의혹이 짙게 배인 지적의 목소리가 거듭 나오고 있다.
□ 개성공단 북핵-미사일 전용 주장, 유엔 결의안 위배 = 박 대통령은 급작스런 개성공단 중단 결정과 관련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우리가 지급한 달러가 작년에만 1320억원이 달하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되었다"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개성공단 임금 북핵 개발 전용 주장을 제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일 우려가 있는 금융거래와 현금 제공은 금지하도록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 미사일 개발 전용을 주장하며 관련 비공개 자료가 있다고 했다가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번복한 것이 논란이 된 것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다.
지난 10일 홍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 임금 북핵, 미사일 개발 전용 근거가 되는 '비공개자료'가 있다고 했지만 전날(1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나와 '증거 자료'가 사실이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진의가 잘못 전해져 오해와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돈이 들어간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와전된 것은 제 잘못도 있다. 증거자료가 아니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을 드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 증거 없는 주장, 대통령 신뢰 떨어뜨려 = '증거자료가 없는' 주장인 것이 드러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소지가 다분함에도 이 같은 주장을 대통령이 국회 국정연설에서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북핵'에 민감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야권을 겨냥해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라는 원인보다는 '북풍의혹'같은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증폭이 더 커진 만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주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국정연설은 대통령은 물론 정부의 신뢰에도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 없는' 주장을 거듭한 것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제 분명히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증거가 없다'고 자신의 '불찰'을 이야기했는데 다시 대통령이 나서서 증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장관 '말바꾸기'가 논란이 되는데도 대통령이 버젓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총선 겨냥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사드 배치 '회의론'-중국 반발, 결국 총선 겨냥? = 또한 사드 배치 협의 문제도 '회의론'이 부상하면서 '총선 겨냥용'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천명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협의와 관련해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제일 중요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효과에 여러 의문점이 있고 배치지역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 역시 국론분열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알려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보유 개수는 2000여기다. 이에 비해 사드 1개 포대에 탑재된 요격미사일은 48기에 불과해 사드 1개 포대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비용 문제 역시 논란이다.
사드 요격미사일 1기 가격은 110억원 가량이지만 북한의 스커드·노동 미사일은 해외 수출가 기준으로 1기당 10억∼2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가격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사드에서 나오는 유해 전자파로 인해 실전배치 때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예상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경기도 평택과 전북 군산, 대구 등 지역주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드배치 협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전쟁 발발' 경고를 서슴지 않고 있다. 사드 회의론과 중국의 반발 등으로 사드 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국이 저렇게 전쟁 운운하며 경고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정말 전쟁도 불사하겠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논의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보이면서 여론을 살펴보겠다는 것 같은데, 결국 '총선'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