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했다며 체크카드 요구…수령 후 보이스피싱 사기에 활용
신규 채용을 빌미로 합격자에게 체크카드를 받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라 접수돼 금융당국이 주의 경보를 내렸다.
천안에 사는 휴학생 A(21)씨는 지난달 11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한 외국계 영화 배급사 C사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다.
영상배급 지원 등을 하는 스태프 업무 채용공고였다. 월급여가 100만원대 중반으로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별다른 경력을 요구하지 않아 관심이 갔다.
이틀 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합격자 한 명이 사정으로 입사를 포기했다며 A씨에게 입사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뜻밖의 합격 소식에 기뻤던 A씨는 이력서와 급여계좌 등록 및 출입증 신청서를 보내달라는 인사담당자의 연락에 별다른 생각도 할 겨를 없이 서류를 작성해 이메일로 보냈다.
이력서에는 A씨의 주민등록번호 기재란이 있었고, 급여계좌 등록 신청서에는 거래은행 계좌번호 기재란이 있었다.
출입증 신청서에는 보안설정번호 4자리 기재란을 둬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적도록 유도했다.
이어 인사 담당자는 출입증 IC 카드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A씨가 기재한 급여계좌의 체크카드를 택배로 보낼 것을 요청했다.
택배 발송을 마치고서부터 일이 꼬였다. 인사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A씨는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했고, 출처불명의 자금거래가 통장에 찍혀 나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A씨 계좌가 활용됐던 것이다.
A씨가 합격했다는 C사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업체였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처럼 구인업체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고서 체크카드를 넘겼다가 대포통장 계좌로 활용돼 피해를 당하였다는 신고 사례가 1∼3월 중 51건이나 접수됐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김범수 팀장은 "채용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고용주의 요구사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구직자의 절박한 심리를 사기범들이 교묘히 이용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급여계좌 등록은 실제로 취업이 이뤄진 뒤에 이뤄지는 것이고 등록을 위해서는 계좌번호만 알려주면 된다"며 "취업하려는 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정상업체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체크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금지돼 있으며, 대포통장 명의자로 등록될 경우 금융거래가 제한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취업포털에서 취업을 빙자한 사기가 많다고 보고 시민감시단 200여명과 금융소비자 리포터 360여명과 함께 금융사기 모니터링을 확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