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론이 제기된 가운데 경제전문가 84%가 법인세 인상 유보론에 힘을 실었다.
법인세 인상이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기에 최대한 유보해야 하며 현 시점은 인상 시기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경제전문가 50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경제현안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2.0%는 '법인세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고용·투자 확대를 위해 세계적 인하 경쟁에 합류해야 한다는 인하론'도 12.0%에 달했다.
전문가의 16.0%는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인상론에 무게를 뒀다.
경제계가 정치적으로 설득력을 높이려면 법인세 인상을 패키지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경제 전망은 하락세가 주를 이뤘다.
올해 성장률을 묻자 76.9%가 '2% 후반'으로 답했다.
5년후 연평균 성장률에 대해선 2% 후반(42.3%), 2% 초반(42.3%) 비중이 비슷했다. 3%대는 12%, 1%대는 4%였다. 지금보다 성장세가 더 둔화한다는 얘기다.
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9가지 글로벌 리스크를 꼽았다.
중국 경기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88.9%), 미국 금리인상(40.7%), 중남미 등 신흥국 불안(51.9%), 북한 리스크(25.9%), 원유·원자재가 변동(22.2%), 일본 경기침체(14.8%), 미국 대선정국(7.4%), 브렉시트 등 유럽연합(EU) 경제 불안(3.7%), 이슬람국가(IS) 분쟁(3.7%) 등이다.
3년후 중국의 성장률을 묻자 6% 내외라는 답이 57.7%로 가장 많았고 5.5% 안팎도 19.2%에 달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선 76.9%가 0.25%포인트(46.2%) 또는 0.5%포인트(30.7%)를 전망했다.
일본의 경기전망에 대해선 84.6%가 '장기적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답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 성장 기여도가 적은 수출보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내수 시장을 키워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수출 경쟁이 아닌 해외투자 협력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활성화 과제에 대해선 27.4%가 '해외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꼽았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에는 사회복지서비스업 활성화도 포함돼야 한다. 소득 양극화 완화뿐 아니라 내수자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복지지출 수준에는 '부족하다'는 응답이 40.0%로 많은 편이었다.
출범을 앞둔 20대 국회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 문제는 당파 계파의 이해를 떠나 장기적 관점에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정지만 상명대 교수), "(정부가) 포퓰리즘 유혹을 경계하고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가장 통과가 시급한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65.4%), 노동개혁관련법(19.2%), 규제프리존특별법(7.7%), 행정규제기본법(7.7%) 순으로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20대 국회는 여야간 입장이 다르더라도 경제회복·일자리 창출이란 목표를 두고 소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정도를 걷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