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정비 의지가 무색하게도 상당수 비과세·감면제도가 일몰(폐지)기한 없이 방치, 조세지출 평가에 대한 미비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일몰이 도래하는 항목 위주로 조세지출에 대한 심층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일몰 규정이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평가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노릇. 일몰이 없는 과세특례로 인해 한 해 19조원(올해 추정치)의 세금이 감면되고 있는 상태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세지출제도 230개 가운데 78개 항목(33.9%)이 일몰규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으로 전체 조세지출액은 33조8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일몰이 없는 조세지출액은 2014년 실적 기준으로 16조4000억원(48.4%)이었다.
일몰규정 없는 조세지출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며 지난해에 약 18조1710억원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그 규모가 약 18조679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세지출 규모가 1000억원~2조원을 상회하는 항목들이 다수다.
일몰 규정이 없는 조세지출제도로는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2016년, 2조1584억원), 연금보험료 소득공제(1조7191억원), 법인기부금의 손금산입(7237억원),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 감면(1578억원) 등이 있다.
50년이 넘게 일몰 규정이 없이 장기간으로 운영되는 제도도 있었다.
예정처는 이 보고서를 통해 "조세지출에 대한 평가나 관리가 대체로 일몰도래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몰규정이 부재한 항목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조세지출에 대한 정의규정(폐지가능성, 특정성)이 있으나, 애매한 규정 때문에 조세지출 항목수와 감면규모 파악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2013년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년 조세지출예산서'의 경우 기존에는 조세지출항목으로 집계되지 않던 4개 항목(감면액 4조6000억원)이 추가된 바 있다.
예정처는 이에 "모든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예외 없이 일몰 규정을 도입하고 심도 있는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몰규정이 없는 조세지출 제도라도 경제여건에 따라 폐지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 항목에 대해 일몰규정이 도입해 체계적인 평가를 거치자는 것이다.
또 예정처는 "정책적 지원 성격의 조세지출은 정책목표나 제도별 특성 등에 따라 일몰기간을 단기(2~3년)나 중기(4~7년)로 차등화해 일몰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에서도 일몰이 없는 조세지출 제도를 관리하는데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일몰 규정 없이 장기간 대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조세특례 항목에 대해서도 제도효과 등을 분석하고 있는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일몰조항이 없는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임의심층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