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정부를 상대로 세금 270억원 가량을 부당하게 환급 받은 혐의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KP케미칼이 2006년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해 정부로부터 법인세 및 가산세 약 270억원을 환급받은 점과 관련해 기 전 사장이 관여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롯데케미칼 전 재무이사 김모씨로부터 기 전 사장이 세금 환급 소송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전 사장은 세금 환급 소송이 한장 진행 중이던 2006~2007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KP케미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검찰은 또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고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기 전 사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측은 IMF 외환위기 당시 거액의 무역금융을 중계해준 수수료 성격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기 전 사장은 또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과 함께 제2롯데월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기 전 사장은 2008년 2월부터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 대표를 지냈으며, 1994년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인허가가 나지 않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10년 11월 건축허가가 난 것에 대해 야당에서는 '친구게이트'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19일 오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현구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강 사장은 지난해 4월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형사처벌 관계자 2명이 누락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혐의(방송법 위반)와 회삿돈으로 다량의 상품권을 구입한 뒤 되파는 소위 '상품권깡' 수법으로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사장을 비롯한 롯데홈쇼핑의 임직원들이 차명 휴대전화인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해 로비를 벌인 정황도 파악했다. 이들은 총 9대의 대포폰을 활용해 재승인 심사 때 관련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강 사장은 이 중 3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4일 강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날 기각됨에 따라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