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초고소득 법인과 개인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초대형 증세안(세법개정안)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경기 침체를 이유를 들며 더민주의 증세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큰 방향에서 더민주의 세법개정안에 동의표를 던지면서 세법개정을 둘러싼 불꽃튀는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누진율과 소득분배 개선 방향에 긍정하면서도 높은 면세자 비율(48%)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을 꼬집었다. 이를 '수권 코스프레'라고 비판하며 오는 9월 초 국민의당 자체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뜻을 밝혔다.
이에 연말 내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3당의 밀고밀리는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더민주는 지난 2일 순이익 500억원 초과 법인 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올리고(22%->25%) 연 급여가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에 한해 과표 구간을 신설해 41%의 세율을 적용시키는 등 '부자증세'라는 확실한 색채를 띤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율 인상은 더민주가 오래 전부터 정부를 압박하는데 사용한 카드였다. 정부여당은 여소야대로 바뀐 올해 법인세율 인상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고심해 왔다. 하지만 초고소득층 소득세 과표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을 못해 '허를 찔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부자 표심 포기한(?) 더민주 = 새누리당 관계자는 3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득세 과표 구간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1억5000만원~3억원 과표구간을 신설해 38%의 세율을 부과한 바 있다"며 "다시 소득세 과표구간을 신설할 수는 없다. 5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숫자가 적으니 조세저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큰 숫자가 아닌 부자들의 '표'는 포기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법인세율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에 대해 '경기침체'를 이유로 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소속인 이종구 의원은 "서민들을 위한 세제혜택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 "지금 경기가 안 좋은데 법인세를 인상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면세자 비율 축소 문제는 쏙 빼놓은 채 고소득자만 증세를 하는 것은 '징벌과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면제자 비율은 지난 해 상반기 '연말정산 파동'을 수습하기 위한 세법개정 등 여파로 전체 근로자의 48%까지 치솟아 있는 상태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근로소득세)을 한 푼도 안내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는 "정부와 추후 협의하겠다"는 식으로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세소위 여당 관계자는 "면세자 문제의 수정 없이 고소득자에게만 세금을 더 물리자는 것은 징벌과세다"라고 꼬집었다.
□ 국민의당 "면제자 비율 고민 없어…수권 코스프레, 무책임" =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더민주의 세제개편안은 득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혹평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3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어 어설픈 수권 코스프레 2탄이 아닌가 우려 된다"고 비난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더민주 세제개편안에 대해 "누진성을 높이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디에 돈을 더 쓰겠다는 말도 없고, 득표에 도움 되지 않는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조세소위 관계자는 "법인세, 소득세 인상안만 있고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으면 징벌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또 면세자 비율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것은 국민저항이 두려워 정부 뒤에 숨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더민주 "초고소득 법인-개인 과세 먼저…면세자 대부분 비정규직" = 박광온 의원도 면세자 비율 축소 문제에 대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원칙이지만 비정규직 등 대부분의 과세미달자들이 저임금의 늪에서 빠져나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또한 정부여당의 '경기침체'를 이유로 법인세, 소득세 인상안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법인세는 전체기업 중 0.07%가 대상이고 연소득 5억원 이상 소득세 과표 구간 신설은 전체 근로자 중 0.04%"라며 "1%미만 대기업과 초고소득층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청하는 것이 외자유치에 장애가 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정부의 논리는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