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일반 국민들이 세법을 이해하기 쉽도록 조세법령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를 세법전에 옮기려는 안(案)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수년 째 표류 중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지난 2011년부터 '조세법령 새로 쓰기' 작업을 진행해 부가가치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한 상태다.
새로 쓴 세법은 납세자들이 자신에게 닥친 세법문제와 관련된 법조문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새로 쓰기 이전 세법의 경우 관련된 조문들이 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세법전을 수없이 뒤적거려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합격점을 매겼다.
지난해 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부가가치세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교수, 변호사, 세무사 등의 전문가들은 '조세법령 다시 쓰기 사업은 법령의 체계성·명확성 증진 등의 사업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대학교수는 "일목요연한 법령 체계 구축 등을 이루어 부분 개정으로 달성할 수 없었던 법령의 체계성과 명확성이 제고된다"고 언급했으며, 세무법인의 한 세무사는 "조문 정리 및 재배열으로 (조문)찾기가 쉬워져 예측가능성 높아지고 조세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이 납세자의 눈높이에 맞게 고쳤어도 부가가치세법만이 유일하게 국회의 벽을 넘어 시행되고 있다. 2013년 부가세법에 이어 소득세·법인세법도 새로 쓰기 작업을 마치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까지 됐으나 직접적인 세수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 외면당했다.
결과적으로 이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올해 정기국회(9월1일 개회)의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 쓴 세법을 세법전에 옮기는 시기가 또 다시 차일피일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정기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세법개정안이 많기 때문에 새로 쓰기 작업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밝혔다.
정부는 이에 세법을 고쳐 쓰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내년 임시국회 때 관련 개정안의 입법화를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 따르면 소득세·법인세법을 비롯해 상속·증여세법, 국세기본법 등에 대한 새로 쓰기를 다년도에 걸쳐 단계별·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소득세법의 경우엔 복잡한 조문 체계를 가지고 있는 양도소득 관련해 보완을 거친 뒤 내년에 조세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상증법과 국기법은 올해 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조문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납세자의 납세협력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신고절차 간소화, 자료제출 축소, 전자기장·전자신고 확대 등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납세협력비용을 완화하기 위해 국세와 과세표준을 공유하는 지방소득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