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 원재료를 수입, 가공, 판매하는 업체인 A 기업은 해외에 있는 지사와 본사 간에 거래가격이나 결제방법 조작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해 관세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수입물품대금과 별도로 로얄티를 지급하면서 수입물품 과세가격에서 로얄티 신고를 누락해 관세를 탈세했다.
# 특수관계에 있는 해외 관계사로부터 스포츠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B 기업은 다국적 기업의 본지사, 협력사 간 거래를 악용해 용역계약 등을 통해 실제 판매자에게 용역비 등 수천억원을 지급하고 이를 누락해 관세 등을 탈루했다.
# 자동차부품을 수입 또는 제조해 판매하는 C 기업은 본지사간 비용분담계약을 체결하고 수입물품대금과 별도로 연구개발비·제품관리비 및 기술관리 지원비 수백억원을 해외본사에 지급하고 이를 신고누락해 관세를 탈세했다.
# 신발, 의류 등의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D 기업은 계열사에게 샘플수집, 물품검사 등 수입자를 대신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비과세대상인 구매수수료로 처리해 수백억원을 신고누락해 관세를 탈세했다.
# 화장품, 가방, 의류 등을 수입판매하는 E 기업은 수입물품의 가격은 제조원가에 수출자의 적정한 이윤을 반영해 산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본지사간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수입가격을 정상가격보다 낮게 책정해 수백억원을 신고누락해 관세를 탈세했다.
다국적 기업의 관세 탈세액이 지난 수년간 전체 관세 탈세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들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 법 체계를 농락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사진)은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 '관세조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의 전체 관세조사 추징세액 5014억원 중 다국적 기업이 탈세한 금액은 2763억원으로 전체의 55%에 달했다.
또한 총 조사대상 업체 380곳 중 다국적 기업의 숫자는 136곳으로 36%를 차지했다.
다국적 기업의 탈세액이 전체 관세 추징세액 중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76%에서 ▲2012년 49% ▲2013년 65% ▲2014년 56%였으며, 지난 2015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전체 2290억원 가운데 69%(1578억원)로 지난 수년간 다국적 기업의 탈세가 심각한 수준이라는게 박 의원측의 설명이다.
적발 사례를 보면 A사는 해외 계열사에서 담배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판매하면서 로얄티를 지급해놓고도 이를 신고에서 누락하는 수법으로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다가 덜미를 잡혀 수백억원을 추징당했다.
스포츠의류 업체인 B사도 계열사 거래를 악용, 용역대금 지급 사실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들켜 수백억원을 토해내게 됐다.
연구개발비 지급을 숨긴 자동차 부품업체 C사, 화장품과 가방 등 수입가격을 정상 가격보다 낮게 책정해 신고한 D사 등도 모두 관세청에 적발됐다.
박 의원은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법·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가격을 조작하는 등 정당한 세금 부과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세관당국이 회계분석 시스템 운영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업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등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