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수천억원을 모아 출범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설립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하자 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연제)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창업재단 설립 등 기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재단의 설립허가 신청 시 제출된 자료에 허위 및 조작의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재단설립추진단(TFT)은 지난 2012년 5월 18일 오전 창립총회와 창립이사회를 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잇따라 개최했고 같은 날 재단설립 신청서 및 첨부서류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원회는 3영업일 만에 심사를 마친 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설립을 신속하게 허가했다. 심사에는 통상 20여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김해영 의원의 지적이다.
또 재단이 금융위에 제출한 창립총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 참석했다고 기명날인한 재단 이사장 및 이사는 총 8인이다.
김 의원이 소속 기관에 확인한 결과 이들 중 하춘수 이사(대구은행장), 조준희 이사(중소기업은행장), 안택수 이사(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정국 이사(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박철규 이사(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5인은 은청단 관련 외부 출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립총회 참석자 명단의 기명날인과 의결서의 기명날인을 대조해본 결과 민병덕 이사(국민은행 대표이사), 하춘수 이사, 조준희 이사의 날인이 달랐다.
특히 민병덕 이사와 하춘수 이사는 창립총회 참석자 명단, 의결서의 기명날인, 출연확약서의 인감증명 총 3가지의 날인이 모두 불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김해영 의원은 "창립총회 회의록에 첨부된 의결서의 팩스 송신 날짜가 재단설립 허가신청일 이후인 21일(수협중앙회경남은행우리은행), 28일(한국주택금융공사), 30일(한국정책금융공사)로 기록돼 있다"며 "총회 회의록과 함께 첨부돼 제출했어야 했던 문서들이 왜 뒤늦게 갔냐"고 꼬집었다.
출범 한 달 만인 2012년 7월 2일 재단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받아 세금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위가 기재부에 재단을 기부금단체로 추천하는 문서에는 주무부처 위원장인 금융위원장의 날인도 찍혀있지 않아 기부금 지정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해영 의원은 이와 관련 "이 재단이 금융권에 수천억원을 모금한 과정과 재단설립 과정 전반이 하자 투성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하자를 둘러싼 의혹을 낱낱이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에 대해 이날 해명서를 내고 “재단 창립총회 및 창립이사회의 의결은 의사록과 달리 서면결의에 의한 것으로 재단 설립당시 이사진 (은행장 및 공공기관장)의 일정을 감안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해당 서면결의는 이사진에 안건 사전 송부 이후 의결서에 직인을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재단 설립 당시 법무업무를 대행한 법무법인 검토결과 본인의 진의에 반하지 않는 사항이므로 법률적·관행적으로 가능하다는 자문에 따른 것”이라고 은행연합회측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