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우거진 마보기 오름 산책길 '굿'…'자연의 빛' 방주교회 둘러볼 만

가을 억새가 아름답다는 마보기 오름은 서귀포 산록도로 핀크스 골프장이 있는 곳부터 걷기 시작해 20여 분이면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산책길이다.

차를 이용해 간다면 제주시에서 서귀포방면 평화로로 가다 핀크스 골프장 방면으로 들어서 골프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오르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750-1, 750-3번 시외버스를 타고 금악리 입구정류장에서 내려 산록도로를 따라 핀크스 골프장까지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너른 들판을 보며 걷다가 핀크스 골프장 입구 전에 마보기오름 오르는 길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마보기 오름은 남풍의 제주어인 마ᄑᆞ름을 많이 받는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정상까지 걷는 길은 삼나무와 억새가 우거져 있으며 산책하기 좋게 길을 표시해 두었다.

마보기 오름 정상둘레에는 오래된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오름마다 있는 무덤들은 제주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오름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쉼터였던 곳이기에 조상들을 편안한 곳에 묻어 주려 한 것 같다. 

마보기 오름은 북동쪽으로 영아리 오름과 마주하고 있다.

이곳 영아리 오름은 서영아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동쪽 표선쪽에 있는 영아리 오름과 구별되어 부르고 있다.

마보기 오름 정상에서 오른 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영아리 오름 기슭에 있는 작은 습지를 만 날 수 있다.

이곳은 '행기소'라 불리는 숲속의 아름다운 호수로 분화구가 아닌 습지라 더욱 신기하다.

이곳에서는 4.3때 몰래 산속으로 들어와 굴속에서 살았던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다.

행기소란 물이 담긴 그릇이라는 말이다.

제주에서 보기 드문 이곳 영아리 오름의 행기소에는 마보기 오름과 영아리 오름이 맑은 물 속에 민낯을 비추고 있다.

영아리 오름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으나 가을에는 억새가 우거져 오르는 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오름동호회에서 묶어둔 나뭇가지의 표시리본을 보고 따라 오르는 길이 가장 안전하다.

길을 오르는 동안 만나는 빨간 보리수 열매는 잠깐 동안 입맛을 돋우어 준다.

주의할 점은 오름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정확히 알지 못할 경우 절대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혹 독초의 열매가 유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름 정상에는 신기한 바위가 놓여 있다. 부부석이라 부르고 있으나 절대 두 바위 사이로 부부가 걸어가서는 안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 사이를 통과하는 부부는 헤어진다는 설이 있다.

정상에는 붉은 송이석이 레드 카펫처럼 깔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송화 가루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 작은 소나무들이 정상에서 들꽃처럼 자라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귀포 범섬에서 부터 마라도에 이르는 넓은 바다의 수평선은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또 북쪽으로 한라산 백록담 부악과 이어지는 산자락의 크고 작은 오름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나인브릿지 골프장 방면으로 내려가면 작은 개울도 만나볼 수 있다.

나인브릿지 끝자락과 이어지는 물영아리 오름길도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나인브릿지에서 상천리 방면으로 다시 걷다보면 꼭 한 번은 보고 가야 할 곳들이 있다.

제주도 출신의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준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들이다.

하나는 포도 호텔이고 또 하나는 방주교회다.

포도 호텔은 핀크스 골프장 안에 있어 간단한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어 잠시 둘러보고 자연과 잘 어우러진 건축물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제주도에 마지막 유작으로 남긴 영어도시의 학교 건물도 물론 보아야 하지만 방주교회는 믿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신 앞에 경건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곳이다.

건축물 하나가 신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산속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이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설계와 건축물이지만 아무나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제주의 숨겨진 보물 중 자연이 아닌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방주교회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 최고의 건축가인 르 꼬르뷔제의 롱샹성당이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작은 창에서 신의 음성을 듣는다면 이타미준은 자연의 빛을 그대로 안고 있는 모습에서 신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침 일찍 서둘러 오름을 오르고 상천리에 있는 보물을 감상할 즈음이면 저녁노을이 살며시 찾아오기 시작할 시간이다. 산은 바다보다 어둠이 먼저 내려오기에 제주에서는 혼자 오후 늦게 오름을 오르거나 숲길을 걷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