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종 철새손님 맞는 하도리 포구…해안 길 걷다보면 종달리 아름다운 풍광에 넋 잃어

제주에 겨울이면 찾아오는 손님들

하도리 포구에서 해안도로 따라 십 여분 걷다보면 작은 하도리 해변이 나오고 모퉁이를 돌면 호수같은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제주의 동쪽 구좌읍 하도리 용항포로 30여종의 철새들이 3000마리에서 많게는 5000마리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이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곳을 다녀가는 새들은 천연기념물인 고니와 저어새, 매 등이다.

이 주변을 산책하며 걷다보면 갈대 숲 사이로 제 짝을 찾는 원앙과 천둥오리, 처음 날개 짓을 시작 해 먼 곳을 날아온 작은 새들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라 맑은 물에는 작은 고기떼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아마도 저 많은 새들이 많은 먹이와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마다 이곳을 찾아오겠지만 기억에 잊지 않고 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원앙과 천둥오리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어서인지 이곳 하도리에는 작은 웨딩 스튜디오들이 곳곳에 있다.

하도리 바다가 보이는 풍광과 돌담으로 이어진 하도리 마을의 제주 풍광이 웨딩 사진첩 속으로 초대받아 들어가곤 한다.  

이색적이지만 낯설지 않은 제주 풍광은 낮은 돌담 집과 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밑그림을 그려주기에 누구라도 쉽게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하도리를 따라 종달리로 계속 해안 길을 걷다보면 우도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해녀들이 추운 겨울 바당에 들어가기전 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불턱들이 옛 이야기와 바다를 지키고 있다.

조금 더 걸어 가다보면 헤엄을 쳐 금방이라도 우도에 다다를 듯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주 동쪽 끝 종달포구는 12월이면 사람손님보다 갈매기손님으로 바빠진다.

종달리 마을은 제주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어쩌면 유행에 가장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작은 카페와 동네 책방 등은 전국으로 소문이 나고 자그만 디자이너들의 편집샵이 들어서기 시작해 홍대 앞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종달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던 젊은 친구들이 다시 종달리로 찾아와 예쁘고 개성 가득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차리고 마을의 어른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마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옛집과 마을의 본 모습을 유지한 채 내부만 리모델링하고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마을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작은 가게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한 종달리. 제주도 동쪽 끝 마을이 달리보이는 이유는 바로 자연스러움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당근을 주로 생산하던 가난한 마을이었으나 해안가의 지미봉과 용눈이오름 같이 아름다운 오름들을 자연유산으로 갖고 있고 우도와 성산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종달리에서 하루 이틀 정도 묵어 본 여행자들은 이곳이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을 한다.

아마도 제주다움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으면서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