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6% 수준으로 전망했다.
당초 6월 내놓은 전망치인 3.0%보다 0.4%p 깎았다. 안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국불안이 투자·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밖으로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2% 중반 경제성장률 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20조원 이상의 막대한 돈(재정)을 퍼부어도 올해(2.6% 전망)와 유사한 수준으로 '방어'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의 경우 없는 돈(추가경정예산)까지 쥐어짜내 썼지만 당초 전망(2.8%)한 경제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큰 형편이다.
정부가 당장 내년 1분기 성장이 2% 중반에 미치지 못했을 때 추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경제상황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인이나 다름없다.
2% 중반 성장세 유지라는데…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2017년 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종전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보다 0.2%p 떨어뜨린 2.6%로 제시됐다.
기재부는 "내년 2% 중반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선 수출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유럽, 미국 등이 무역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경기둔화, 구조조정 본격화 등의 요인으로 고용창출력이 약화되어 취약계층 소득기반이 안정되지 못할 우려도 있다. 또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소비·투자·수출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실질성장률에 물가수준을 반영한 경상성장률은 3.8%로 전망됐는데, 당초(4.1%)보다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상승 흐름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며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1%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는 '오름세', 고용은 '하락세'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1.0%)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1.6%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따른 물가 하락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유가상승 등으로 석유류·에너지요금이 오르면서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 농산물은 올해 기상재해(한파·폭염 등)에 따른 가격 상승이 기저효과로 작용, 오름세가 둔화될 전망이며 축산물은 조류독감(AI)에 따른 계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리스크로 남아 있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오름세로 전환되고 내구재 등은 판매촉진을 위한 할인경쟁 지속, 단말기통신법 일몰도래(2017년 9월) 등으로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요금은 전기요금 인하(누진제 개편)에도 불구, 유가회복에 따른 도시가스 요금 등이 오르면서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고용시장은 올해보다 더 둔화될 전망이다.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29만명)보다 적은 26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고용률(15~64세)은 66.5%로 올해(66.0%)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업률은 3.9%로 올해에 비해 0.1%p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청년·여성 맞춤형 고용대책을 지속하고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대목. 다만 고용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위축되면서 회복세가 제약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수출 발목 잡는다
연간 수출은 전년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역량이 개선되고, 유가·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구(IMF)는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올해 2.3%에서 내년 3.8%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미 신정부 대선공약이 구체화·이행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시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입도 올해(-7.1%)보다 크게 반등한 7.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 회복으로 내수용 수입이 늘어나면서 수출 반등으로 이어져 수출용 원·부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폭은 820억 달러로 올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상품수지는 유가상승, 내수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흑자폭이 감소되며, 상품외수지는 여행·건설·운수부문을 중심으로 적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4분기 성장부진 영향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1분기 중 이전 성장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정책 대응을 하겠다"며 "경기·고용둔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