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인원 확대는 감사덤핑 유발"
"회계사 합격자의 적정인원은 회계법인 수용인원보다 50명정도 더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1천여명중 270여명이 실무수습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인회계사회 감사반연합회 강남언 회장(63)은 적정인원을 초과한 선발인원 확대는 오히려 부실감사를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회계관리사시험과 관련, "유사자격사 창설을 막는데 앞장서야할 삼일회계법인이 유사자격사인 '회계관리사'를 배출하려는 것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라며"회원들의 의견을 물어 윤리위원회에서 다루면서 법적인 대응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인원 등 회계사업계의 이해와 관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남언 회장과 일문일답.
▲정부가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당초 계획(750명)보다 250명 늘어난 1천명으로 확대했습니다. 그 배경은.
-그동안 대우, 동아건설 등의 분식회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분식회계 근절과 회계서비스의 투명성 및 회계감사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선발인원을 증원한 것이죠.
공인회계사 업계에서는 합격자의 실무수습기관 문제와 공인회계사의 자질 저하 등의 문제를 들어 반대했지만, 결국 합격인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 났습니다.
▲선발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270여명이 실무수습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책이 있다면….
-우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선발인원을 늘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실무수습미지정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 회계법인들은 경제적으로 다소 힘들더라도 공인회계사 업계의 발전을 위한 공통비용으로 생각해 포용력을 발휘, 실무수습 미지정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정부는 앞으로 선발예정인원을 결정할 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 목적은 부실회계 감사를 방지하고 회계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인데….
-맞습니다. 그러나 선발인원만 늘린다고 부실감사를 막고 회계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죠. 잘 아시다시피 공인회계사의 주된 업무는 감사와 세무 분야이고, 수습회계사들은 실무수습을 통해 이런 업무를 익히게 됩니다.
실무수습을 받지 못해 합격증은 있지만 자격증이 없어 회계사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부실감사를 막고 자율경쟁에 따른 질 좋은 회계서비스를 기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정부의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는 그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 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처럼 적정인원을 초과해 선발인원만 늘리면 오히려 부실감사를 초래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계법인에 입사하지 못해 일반기업체에 들어가서 실무수습을 밟는다면 공인회계사의 주된 업무인 감사와 세무업무에 있어서 자질과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회계감사업무도 모르는 회계사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들이 회계법인에 입사하거나 회계법인을 설립해 기업을 감사한다고 상상해보세요.
특히 자본금 5억원, 공인회계사 10명이면 회계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 설립 기준이 크게 완화됐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공인회계사들의 배출은 회계법인의 설립을 부추기게 되고, 이것은 질적 경쟁이 아닌 수임료 인하경쟁으로 이어져 감사덤핑을 유발하게 될 뿐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자유 수임제도를 보완해 공인회계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하고, 회계업계도 연수교육 등을 통한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분식회계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적정 선발인원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회계법인의 수용 인원에 50∼70명 정도 웃도는 수준이 가장 적당하다고 봅니다. 회계법인 이외에 감사원,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 특수분야의 진출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12월 2일 '회계관리사'시험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삼일회계법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주관으로 유사자격사인 '회계관리사'를 배출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국가공인자격사인 공인회계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자격사가 배출될 경우 일반국민들은 '회계관리사'를 공인회계사로 착각하게 됩니다. 특히 유사명칭 자격사가 이것을 악용할 경우 그 폐해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다른 단체가 유사자격사를 창설할 경우 이것을 막는데 앞장서야할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이 이러한 자격사를 배출하려고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삼일회계법인 스스로 이를 철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이것이 안될 경우 공인회계사회의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법적인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법적 소송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공인회계사들이 부담한 회비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임시총회 또는 평의원회를 개최해 회원들의 의견을 먼저 묻고 이 비용에 대한 예산조치를 한후에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난 22일 공인회계사시험제도개선위원회에서 마련한 시험제도 개선안에 대해 지적하신다면.
-영어시험을 폐지하고 일정 학점을 취득한 경우에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영어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당락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절대평가 방식에서나 가능한 부분과목합격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가 곤란해 반대합니다. 또 지금처럼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시험문제출제위원을 구성할 것이 아니라 실무 경험이 풍부한 공인회계사도 여기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업계의 당면 문제들과 대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지난 1930년초 계리사란 명칭으로 발을 들여놓은 공인회계사는 70여년동안 발전을 거듭해왔을 뿐, 이처럼 위기를 맞이한 적은 없습니다. 계속해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지 등의 문제는 우리가 단합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좌우됩니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이 머릴 맞댈 때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회원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회 등을 거쳐,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감사반연합회의 입장에서는 선발인원 증원 등 공인회계사 전체에 대한 이해에 관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반회원들의 이해관계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감사반연합회에서 해야할 일 중에 하나는 비상장 감사대상에 대한 자산규모 제한 규정의 철폐죠.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오는 2003년부터 비상장법인의 감사규모 제한규정을 철폐하도록 재정경제부 측에 권고했는데, 앞으로 재경부가 규개위의 권고에 따라 하루속히 법률 개정작업에 착수하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또다른 하나는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문제인데, 모기업을 감사반에서 감사하는 경우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도 당해 감사반에서 감사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할 것입니다.
▲1938년생▲서울대 상과대학 졸업(1962년)▲건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1989년)▲상공회의소상담역(1969년-現)▲한국공인회계사회부회장(1976-1978년)▲재무부 부가가치세 시행대책위원회 위원(1976-1978년)▲내무부 지방세 심의위원(1977-1979년)▲증권관리위원회 회계제도자문위원회위원(1978-1990년)▲상장사협의회 세무담당 상담역(1980-現)▲안건회계법인대표(1988-1994년)▲한국세무학회부회장(1993년)▲동국대강사(1993-現)▲한국회계학회부회장(1994년)▲안건회계법인회장(1994-1995년)▲서울지법민사조정위원(1994년)▲국세청과세전적부 심사위원회 위원(1996년)▲건국대 경상학부 겸임교수(2001.3-現)▲상공의날 총무처장관 대통령 표창(1979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