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용진 기자)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각종 경제 리스크를 우려하며 경기부양책 마련에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원들의 지적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추가경정예산을 너무 일찍 편성하는 것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고 예상치 못한 '충격파'에 대한 경제 시나리오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치는 등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의원 "추경 등 경기부양책 강구하라"
추경편성을 올해 2월이나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의 주장에 유 부총리는 "이 의원에 지적대로 경기부양 대책을 적극적으로 해야하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조기집행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다. 추경을 바로 투입하는 것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의원은 "기재위 업무보고에 따르면 경제성장률도 2.6%고 수출은 회복 조짐을 보인다지만 내수가 둔화되고 서비스업, 제조업, 청년고용 등 전반적인 경제문제가 어둡다"며 "기재부는 1사분기에 예산 32%를 집행하는 등 과반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한다고 했는데 적극적이진 않다. 1사분기 전에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가 꺾이면 어려워지는 건 서민이다. 정부가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우선주의 등 경제가 위축될 수 있는데 부총리는 이를 비상상황으로 보고 대응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경제여건 변화를 대비해 정부가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중국이 사드문제로 경제보복 등을 본격적으로 할 경우 우리경제 성장이나 수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경제성장률이 2.6% 수준이라면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없지만 가계부채, 기업부실에 중국 변수까지 등장해 이 문제를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시나리오를 외부에 발표할 수는 없겠지만 내부적으론 갖고 있어야 한다"며 "추경이나 양적완화 조치 등을 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아직은 시나리오가 없지만 지적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측했는데 굉장한 충격이 오면 달성 못할 수도 있고 경기부양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러프하게라도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과 조경태 의원(기획재정위원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청년 창업 등에 대해선 신경을 쓰고 있고 공공부분 일자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공부분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어떻게 수정할 지 연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은 김영란법으로 금액제한을 두고 있는 선물 대상에서 한국산 농수축산물 및 한국산 농수축산물을 이용한 가공품을 제외해달라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박 의원은 "김영란법은 선물에 5만원 제한을 두고 있는데, 국내산을 사용하는 선물과 외국산을 사용하는 선물의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용으로 파는 제품 중 다수는 외국산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 제한에 걸리지 않는 선물용 소고기 세트를 만드는 것은 한우보다 값이 싼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로 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WTO에서 문제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행령 차원보다는 법을 수정해야할 것 같다. 이러한 방안이 가능한지 연구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김영란법 도입할 때 정부에 시행 전 1년6개월의 시간을 줬다"며 "그런데 왜 아직도 3·5·10이냐. 3·5·10 기준을 바꿔달라는 말이 많다. 축의금은 왜 10만원인지, 식사기준을 3만원보다 상향해서 올려달라던지 여러가지 요구가 있다. 시행령을 고치면 되는건데 욕은 국회가 다 먹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매우 아픈 지적이다"라며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을 고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자, 유 의원은 "이미 (김영란법은) 권익위 손을 떠났다. 부총리가 해야한다"라고 말했고, 유 부총리는 "대책을 조속히 내겠다"고 답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中 압박, 확실한 근거가 없어서…"
한편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화장품, 친환경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 부총리는 "공식적으로 (정부가)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이 한국 기업을 압박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 부총리는 "한·중 FTA 위원회가 1차적인 채널"이라며 "3월에 G20 재무장관 회의가 있는데 그 때 중국과 양자회담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한·중 재무장관 회의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양자간에 정치적인 문제를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지 말자고 의견교환을 했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 기업 압박 문제를) 정확히 이것과 연관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 재협상 문제와 관련해선 "재협상이 완전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오늘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이 인준됐기 때문에 통상을 포함한 경제에 대해선 제가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대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여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며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거나 제조업 측면에서의 미국산 수입을 촉진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