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따져 비과세·감면 제도(비과세, 저율과세, 세액감면 및 공제 등)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조세를 감면해주는 간접적인 조세지원(조세지출)이다. 그러나 모든 감면제도가 정부의 '필요' 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매년 정기국회를 즈음해서 특정 분야, 특정 지역과 관련한 세금감면을 제도화하자는 법률안들이 수 십여건씩 발의된다. 명분은 '필요' 이지만 불필요한 분야에 대한 세금감면을 담은 것도 많아 항상 '선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바로 비과세·감면과 관련한 것들이다.
지난 2004년 이 같은 비과세·감면 제도 등으로 지원된 조세의 규모는 무려 18조6270억원이다. 연간 전체 국세수입의 10%를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이 같은 간접적 조세지원의 규모는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0년 조세지출 규모는 13조2824억원. 다음해인 2001년에는 13조7298억원, 2002년 14조7261억원으로 상승세가 완만했다. 그러나 2003년에 접어들면서 17조5080억원으로 훌쩍 뛰더니 지난해에도 18조627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매년 비과세·감면액의 '규모' 는 늘지만 제도의 '종류' 는 줄고 있다는 것. 2000년에는 273개 비과세·감면 제도를 바탕으로 조세지출 규모가 정해졌지만 2002년에는 269개, 2003년 254개, 지난해 220개 등 감면 제도의 개수는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 왔다.
지난해 전체 조세지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자 지원에 4조1148억원, 농어민 지원이 2조6669억원, 조합예탁금, 세금우대종합저축 등 저축지원에 1조2975억원이 지출됐다. 또 중소기업, 투자, R&D 등 지원분야에 총 6조9397억원이 지출됐으며 교육·문화·환경·사회보장 등 지원에 2조8280억원, 국방부문 지원에 6119억원이 각각 지출됐다.
세목별로 소득세 분야에 6조7187억원, 법인세 분야에 6조8088억원, 부가가치세 분야에 3조3253억원 등 3개 세목의 조세지출액이 16조8528억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90.5%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정부는 각종 감면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세지출'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조세지출은 세수손실, 세제의 복잡화, 세부담 불평등 등 각종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정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로 조세지출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각 제도 하나 하나에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쉬운 문제였다면 굳이 '개혁' 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필승의지'를 다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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