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 딸의 과거 창업과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채택된 증인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공방만 벌이며 '본전'도 찾지 못했다.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류 회사 '포스인터내셔널' 출자자인 우종갑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포스인터내셔널은 강 후보자와 함께 제네바(2007년 1월~2013년 3월)에서 근무했던 부하 직원 우종길 씨가 4000만원, 증인으로 채택된 형 우종갑 씨가 2000만원, 강 후보자의 장녀 이현지 씨가 2000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출자한 주류 수입 회사다. 강 후보자가 딸에게 2000만원을 증여한 것을 놓고 특혜 의혹이 제기됐었다. 강 후보자는 창업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업자 등록은 마쳤으나 제반 사항이 여의치 않아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또한 출자금액 중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소정의 경비 등을 제외한 금액은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전해졌다. 제네바 근무 당시 함께 따라갔던 자녀들과 부하 직원인 우종길씨가 친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큰 딸과 사업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당 "딸 이름 빌려 투자한 거 아니냐" vs 증인 "아니다"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증인으로 선 우종갑 씨를 향해 "강 후보자의 딸은 주류 사업을 할 능력, 경력, 경험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하 직원이 하려고 했던 사업에 (강 후보자가) 딸 이름을 빌려서 투자를 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우 씨는 "동생이 오래 전부터 수입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고, 현지 씨가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는데 함께 투자하고 권유해서 (투자를) 하게 됐던 것 뿐"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직장 생활을 한 경력도 없는 현지 씨가 회사를 맡아서 경영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우 씨는 "의원님께서 이해를 하시고말고, 저는 (현지 씨가 사업을 한다고) 이해했다"고 답했다.
□ 최경환 "고위공직자 자녀 지인출자, 큰 문제" vs 증인 "고위공직자 아닌 때 일" =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이 사업은 본래 스위스로부터 주류나 치즈 수입하려고 했는데 만약 사업이 추진됐다면 고위공직자 자녀가 지인들로부터 출자 받아서 영업해서 돈 벌게 됐다면, 도덕적 비난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우 씨는 "제가 동생 생각을 말할 수 없는데 전 그렇게 생각 안한다"고 도덕적 비난대상이라는 최 의원의 발언을 부정했다.
최 의원은 거듭 "근데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국토부 장관 아들이 부동산 업자한테 출자 받아서 사업하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없다고 보느냐"며 "윤리적으로 공직자가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니다.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 씨는 "(동생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고위공직자도 아니었다"고 지적했고, 최 의원은 "외교부장관 하면 자녀가 경제적 주체로서 지인 돈 투자받아서 사업해도 아무 문제 없겠네요?"라고 반문했다. 우 씨는 "공직자가 답을 해야 할 상황인데, 옆에 안 계셔서 문제 제기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거듭 후보자 '도덕성' 문제로 추궁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 자녀는 사업하면 안 되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 민주당 "공직자 자녀는 사업하면 안 되나?…野 주장 억지" =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옆에서 듣고 있자니 민망해서 못 들어주겠다"며 "공직자의 자제는 사업하면 안 되나?"라고 힐난했다.
강 의원은 "만약 권력하고 공직하고 연관성이 있다면 문제가 있는데. 지금 내정자에 지나지 않고, 외교부장관 되기 한참 전에 자녀가 사업하겠다고 한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직자 자녀는 굶어죽어야 합니까?"라고 일갈했다.
박병석 의원 역시 "총 자본 8000만원에서 증인형님 4000만원, 증인 2000만원 투자했고, 후보자 따님이 2000만원 투자했으니 우 모씨 형제가 6000만원을 투자해 자본구조로 볼 때 후보자 따님 회사라기보다 형제 지분이 3배 많은 것"이라며 "자녀가 사업해보겠다고 했을 때 부모가 2000만원을 주는 게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딸에게 준) 2000만원은 증여세 포함됐기 때문에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돼 있다"고 의혹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석현 의원도 "후보자 딸이 주도해서 어머니 영향력을 빌려서 증인 형제에게 돈을 투자했다기보다 딸하고 잘 아니깐 믿을만해서 그렇게 하게 된 것 같다"며 "오히려 어머니 영향력을 이용해 말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다.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 씨는 "의원님 말씀이 맞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