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세금 인상을 통해 경유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관측이 제기되는데 대해 26일 '급수습'에 나섰다.
조세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경유세율을 올리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 등을 거쳐 방향성이 정해졌으나, 이번에는 의견 수렴 없이 정책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제 공청회 관련 브리핑을 열고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공동연구 후 공청회 등을 거쳐 조정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내달(7월4일) 예고되어 있는 세제 공청회에서 '유류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나리오가 포함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경유세 인상 논란이 불 붙었다.
최 실장은 "공청회 안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경유세 인상 가닥을 잡았다라고 보도하기에 연구용역 보고서를 확인했다"며 "그 결과, 경유상대가격 인상의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경유 가격을 올리더라도 미세먼지를 낮추는데 미미하다는 소리다.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근로소득면세자 축소), 주세 과세체계 개편에 대한 부분은 '공청회 의견에 따라 검토 또는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일각에서는 경유세가 서민층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가중하고 담뱃세에 이은 '서민증세'라는 조세저항이 불거지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급한 불끄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의 실효성이 없기에 (연구용역결과가 나오는)이틀 전에 알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유상대가격 인상의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는 용역결과에는 대해 "유류소비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고, 세율 조정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소형 화물자동차주 등)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안은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 실장은 "면세자 축소는 공청회 때 자연증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저소득층 세금을 올리는 것이기에 다른 과세 방안과 연계해서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 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세의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 실장은 "종량세 취지가 사회적 폐해를 방지한다는 걸로 본다면 OECD 국가들은 종량세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 목적하에서는 종량세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소주 등 가격인상이 돼야 하기에 단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과 관련한 공청회에서 상속·증여세율인상에 대해 논의되느냐는 질의에는 "세율 부분보다는 여러 가지 일감몰아주기 변칙 과세 강화, 신고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그 두 부분의 논쟁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