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수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5월까지 걷힌 국세가 123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조2천억 원이 늘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24조4000억 원이 더 걷혔다.
이대로 간다면 기록 갱신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국세청의 느긋한 입장은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가 줄어들고 사후검증이 축소되는 추세이다. 납세자가 반길 소식이다.
그러면 세수증대의 원인은 무엇일까? 신임 국세청장의 분석대로 실물경제의 호전에 따라 법인 및 개인 영업실적의 개선, 명목임금의 상승, 그 외에도 비과세·감면 정비, 세정혁신 등이 그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세수증대에는 수정신고 안내라는 새로운 조세행정의 개선도 큰 기여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안내 문구에 협박성이 있다 하여 국회에서 논란까지 일었다. 수정신고 안내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문구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국세청의 빅데이터(NTIS)에 기반을 둔 과세자료의 분석은 개별 납세자의 허술한 점을 콕 집어낸다. 그렇고 보니 통지를 받은 납세자로서는 수정신고를 안 할 재간이 별로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의 발전이 납세자의 성실납세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납세자는 종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세금해방일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세금은 누구나 피와 땀을 흘려 얻은 소중한 소득에서 부담한다.
조세부담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데 반해 우리 사회는 아직 성실, 고액납세자에 대한 찬사를 보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과거 우리의 에누리 신고, 타협적 과세관행은 국민들로 하여금 이들 역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후진적 조세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탈세는 어려워지고 탈세는 바로 신체형으로 연결되는 형사처벌의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이제는 돈으로만 때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회비로서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회비를 많이 내는 회원은 존경받고 우대받는다. 국가와 납세자와의 관계로 이와 달라질 이유가 없다. 세금을 많이 낸 납세자는 사업실패나 노후에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일정 부분 돌려주어야 조세정의에 맞는다.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세금마일리지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부자증세가 논의되는 마당이라면 이러한 제도도 함께 논의되어야 맞다. 세금은 국가를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동력임에도 국가나 조세행정의 책임자가 납세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일은 드물다. 납세자의 날에 우수납세자를 선정하여 표창하는 일이 고작인데 납세자에 대하여 진정 감사하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회비를 내는 납세자도 긍지를 느낀다. 납세자가 성실하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면 조세정의는 먼 사회이다. 그 변화의 첫 걸음은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집행하는 모든 공직자가 가져야 할 납세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