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이상 해외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국세청에 신고를 해야 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의 감시망이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가 도입(2010년)된 이후 거액 자산가나 기업이 나라 밖으로 재산을 빼돌려 탈세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데는 효과가 분명 있다. 그러나 신고금액 기준이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보니 지나치게 '관대한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에 정부도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손질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금액을 낮추는 방안을 내달 초 발표되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여부를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고대상인 '계좌잔액 10억원 초과'를 어느 정도 낮출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해 국세청이 건의한 인하방안(10억원→5억원)을 놓고 효과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다.
2010년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는 해외 금융계좌의 잔액 합계가 연중 하루라도 10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보유 중인 계좌를 신고하도록 만든 제도다. 신고대상자는 다음해 6월에 관할 세무서에 계좌 내역을 신고해야 하는데, 미신고나 축소 신고했을 때 최대 20%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도는 해를 거듭할 수록 신고인원과 신고금액이 늘어나는 등 완전히 정착해 가고 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가 시행된 이후인 2012년 신고인원은 678명에서 2013년 774명, 2014년 826명, 2015년(지난해 실적) 1053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신고금액도 2012년 22조 815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24조 2652억원, 2014년 36조9050억원, 2015년 56조 84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과세당국에 파악되는 소득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다. 외국의 유사한 제도와 비교해 역외탈세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은 1만 달러(약 1000만원)이며, 일본은 5000만엔(5억원), 캐나다는 10만 달러(1억원), 호주는 5만 달러(5000만원)다.
그간 국세청은 꾸준히 신고금액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2014년 신고금액을 5억원으로 낮추는 세법개정 건의를 기재부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제도를 도입했을 때 계좌 종류를 예금으로만 묶었던 규제를 주식, 파생상품, 채권, 집합투자증권, 보험 등으로 넓히면서 신고금액 조정은 보류됐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기재부도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 신고금액 인하 방안에 대해 국세청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세청은 신고금액을 낮추더라도 집행 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루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약 5조7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해외 금융계좌 신고금액을 인하했을 때의 세수효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국 과세당국으로부터 금융정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대상자가 보유한 계좌 잔액을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