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 교수가 서울시에 거주하는 대학생을 상대로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약 40%의 학생이 “돈을 원한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다른 대학교에서는 “부모가 언제쯤 돌아가시면 가정 적절한가?”는 질문을 했더니 '63세'라 답변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로 은퇴한 후 퇴직금을 남겨놓고 사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니 서글프기 그지없다.
그러니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려고 아등바등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남은 여생을 즐기고 여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다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 미국 최고의 재무설계사인 스테판 M. 폴란이 쓴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라는 책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축과 투자의 중요성보다는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은퇴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주식 투자를 비롯하여 펀드, 부동산 투자 등 제 2의 수입원을 찾기 위해서 재테크 공부 열풍이 불었다. 당시는 온통 저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 쓰고 죽어라'는 책은 신선한 충격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여유 자산이 많지 않은 일반 서민들의 경우에는 당장의 생계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쓰고 자시고 구분할 여유도 없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들을 보면 금액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의 재산을 거의 지출하고 10% 이하로 남겨놓고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많건 적건 자신의 기존 재산을 거의 그대로 남겨놓고 사망하게 된다. 결국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셈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자신의 인생의 노후와 마지막이 너무 궁색한 것은 피하는게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계획적인 지출과 소비로 충분히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자산을 다 쓰고 죽기 위한 방법은 어렵지 않다. 부부가 함께 '전 자산의 연금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상품도 즉시연금 등의 상품을 가입해서 죽을 때까지 원리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되고 부동산도 주택연금을 활용해서 오래오래 살수록 이익이 되면서 매월 연금으로 받아 지출하면 된다.
사망시점까지 주택의 잔존가치가 남아있으면 그대로 자식들에게 상속되기 때문에 부동산의 연금화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병원비나 긴급자금의 지출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의 목돈은 CMA나 MMF 등의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에 넣어두고 사용하면 된다.
죽을 때까지 인색하게 사는 것 보다는 인생의 뒤안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생활해보자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기수 인카금융서비스 자산관리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