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대전정부청사.
감사원에 징계 등 재심 청구, "징계수위 과도하다"
"댓가 관계 없는데 고의성 인정... 객관적 재심 필요"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관세청이 특정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지난달 발표, 관세청 안팎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이번 사태로 징계 요구를 받은 관세청 직원들이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감사원이 마치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부당하게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결론 지었는데, 과실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해임 등 과도한 징계를 요구한 것은 받아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통해 2015년 신규 부당선정 관련자 6명(해임 2명, 정직 3명, 경징계 이상 1명), 2015년 후속 부당선정 관련자 2명(정직)을 관세청에 징계요구했다. 아울러 사업계획서를 반환·파기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관련자 3명에 대한 징계처분(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관세청은 현재 징계요구를 받은 관세청 직원들이 감사원에 재심을 요청했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지켜본 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등에 징계 심의를 회부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영화관이었던 면세점 부지... 정밀측정 불가능"
감사원은 세관 직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공용면적을 확인했음에도 고의적으로 이를 포함한 면적을 산정, H기업이 유리한 평가를 받는데 일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매장면적이 넓을수록 평가점수를 높게 받는데, H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에 대해선 공용면적과 매장면적을 구분해 면적 크기를 작성, H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관세청은 이에 면적 확인 당시 H기업은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던 업체가 아니라 면세점 부지에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실무자가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선 H기업이 낸 사업계획서대로 면적을 작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시에는 면세점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면적에 대한 최소 규정만 있고 매장면적이 클수록 평가점수가 높다는 사실은 당시 '대외비'였기 때문에 실무자들 입장에선 최소면적 기준을 통과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H기업이 실제보다 유리한 점수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매장면적이 평가에 포함되는지도 몰랐던 직원들이 고의로 인한 중징계를 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 "고의 여부를 정확히 따져 징계 수준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전경.
"7급 여직원이 단독으로 점수 조작했다고?"
아울러 감사원은 면세점 사업자 후보들의 법규준수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관세청 직원의 '장난질'이 있었다고 보고, 해당 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보세구역 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의 평균인 93.69점이 정당한 점수인데, 업무 담당자가 평가 담당자에게 수출입업체 점수만 발송해 97.9점이 그대로 인정됐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은 이 부분 역시 시스템상의 오류나 실수가 있었을 뿐 직원의 고의성은 없다는 주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법규준수도에 대한 자료는 수기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뽑는데, 당시 면세점 선정과 관련이 없는 본청 심사정책국 7급 여직원이 뽑아 보냈다"면서 "그런데 시스템상 오류 때문인지 면세점을 운영하는 주체로서의 법규준수도가 빠졌다. 감사원은 이를 여직원이 조작을 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밖에서 볼 때는 고의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몇몇 말단 직원들의 과실이 고의로 인정되어 이렇게 징계를 받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며 "과실을 눈 감아달라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봐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는 청장, 차장, 국장 등 윗선의 징계 요구가 없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윗선의 지시 없이 7급 여직원이 자의적으로 평가 점수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댓가를 받았다는 증거도 없고 해당 직원은 육아휴직 중이다. 고의에 대한 중징계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관세청장이었던 김낙회 전 청장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 면세점 평가점수 조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제가 알고 있는 한 관세청에서는 나름대로 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평가했다. 다만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평가 규정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해석상 차이로 점수가 변화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는 원래부터 반환했는데…"
면세점 사업자 후보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반환·파기 한 것에 대해 요구된 징계도 관세청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경징계 요구지만 관세청 고위공무원인 김종열 관세청 차장, 이명국 국장 등이 걸려있어 관세청 안팎의 주목도가 더 높은 편이다.
김종열 차장은 관세청 차장이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장이기 때문에, 이명구 국장은 당시 면세점 업무를 주도하는 통관지원국장이었기 때문에 각각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천홍욱 전 관세청장은 이 건으로 인해 감사원으로부터 고발조치 당하고 지난달 퇴직을 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관세청이 면세점 신청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등을 보관하면 국회의 제출요구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업체에 반환해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하라'는 천 전 관세청장의 지시에 따라 관세청이 이를 반환하거나 파기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관세청은 사업계획서의 경우 업체의 비밀이 담겨 있어 국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전부터 제출하지 않아왔다면서 원래 업체에 반환을 해 왔는데, 담당 과장이 파기해도 좋다는 업체의 회신을 받았고 이에 따라 계획서를 파기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원래 사업계획서는 반환을 하는데 서울세관에 1부, 본청에 1부가 발견됐다. 당시 담당 물류과장이 업체에 동의를 받아 반환하려했더니 업체해서 파기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면세점과 관련 있는 차장, 국장, 과장까지 징계 요구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계획서는 관세청에서 작성한 것도 아니고 업체에서 작성한 것인데 관세청이 임의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진 않는다"며 "10년이었던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마다 갱신토록 한 관세법 개정안, 이른바 '홍종학법'이 시행된 이후로 사업계획서는 반환을 해왔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목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