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늘어나는 복지지출의 재원조달 차원에서 담세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고 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조세감면 제도 정비에도 더욱 고삐를 죈다.
특히 세수만 더 거둬서는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없기에, 정부는 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도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을 과감히 쳐내겠다는 의지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2017~2021년)'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혁신 방안으로 세입기반 확대, 지출 구조조정이 꼽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한데,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5.8%로 작년에 수립한 중기운용계획(2016~2020년)인 3.5%보다 높게 관측되고 있다.
이 재원을 마련하고자 정부는 일단 세금을 더 걷는다.
타깃은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일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한해 세율을 인상하는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엔 소득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금액인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을 각각 40%(현 38%), 42%(40%)로 올렸다. 법인세 과표는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고 세율을 현재보다 3%포인트 높은 25%로 적용시켰다.
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에 누진세율을 도입하면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7%→5%→3%)하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편법증여 대한 감시망을 넓힌다.
조세지출 규모에 있어서도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인다.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과 다른 제도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대기업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 금융소득 과세특례 등의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과세 대상을 발굴하고 면세 범위도 줄이면서 이른바 '과세 사각지대'를 없앤다. 이를 위해 대기업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조정, 유형 자산 처분손익 과세대상 확대,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자 사전 성실신고 지원 등을 통한 자진신고·납부 유도에 중점을 두거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 도입·성실신고 확인제도 적용대상 확대 등의 제도적인 개선도 함께 병행한다.
5년간 허리띠 죄어 '62조원' 마련한다
올해 세제개편을 통해 5년간 23조6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효과가 있는 만큼 경제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현재로서는 세입 재원의 조달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관건은 세출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정부는 기존의 재정 지출에 대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서 세출을 절감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당초 계획(9조4000억원)보다 2조원 수준 많은 11조5000억원의 구조조정 안을 반영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SOC, 농업 생산기반시설 등 물적 분야 투자 내실화를 위해 관련 사업의 예산을 줄였다.
또 재정자율평가에 따라 미흡한 사업의 예산은 감액하고, 국회와 감사원 등 지적사업에 대해선 점검·축소하도록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에 대해 "공공부문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제정당국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부처·관계전문가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5년간 62조7000억원 규모의 세출을 줄일 계획이다.
재정을 운용하는데 있어 투명성도 높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부터 국민이 직접 제안·심사·결정까지 하는 방식인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올해는 사업 제안과 결정에 국민을 참여시켜 내년 예산안에 422억원을 반영했고, 내년에는 국민이 사업 심사에도 참여시킬 방침이다.
또 정부는 사용자 맞춤형 정보, 정보공개창구 통합, 상세집행내역 신속 공개 등 재정정보 공개 범위도 넓히도록 했다.
국고보조금의 중복·부정 수급 방지를 위해 예산편성, 공모, 사업수행, 집행·정산, 사후관리 등 보조사업 전 과정에 걸쳐 7단계에 걸친 검층체계를 구축한다.
또 특수관계 가장거래, 허위증빙, 허위인원 등재 등 50개 부정패턴을 적용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부정수급이 확인될 때 보조금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자주재원을 늘리고자 국세·지방세 비중 7대3 구조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새로운 지방세원읠 발굴하고, 지방세 비과세·감면제도도 지속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 밖에 국고채 전문딜러의 국고채 인수 실적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거나, 국고채 차환을 적극 추진해 특정시기에 집중된 국고채 만기를 분산시키는 등 국고채 시장의 체계적 관리 등으로 재정의 경기대응성을 높이면서 재정자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