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령층, 전세비중 줄고 월세비중 늘어
다주택자, 월세보단 전세 공급…과세 회피 목적
"양질 주택, 반전세로 전환 되려면 과세체계 손질"
청년, 노인 등 주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증부 월세(반전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주택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월세가 아닌 전세로만 묶고 있기 때문에서다. 이에 임대소득과세 체계를 손질해 전세 매물들을 보증부 월세로 전환(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포커스 보고서(월세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보증부 월세가 전체 월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6%였다.
이 보증부 월세가 전체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8%를 기록할 만큼, 반전세가 주택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임차인(세입자)들이 전세가 아닌 보증부 월세를 찾는 데는 추가적인 목돈마련에 부담과 신용제약, 전세의 부족 등으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서다. 전세 주택의 평균 보증금액은 1억7000만원인 반면, 보증부 월세 주택의 평균 보증금액은 3900만원이었다.
반전세로 사는 세입자가 전세로 옮기려면 그만큼 목돈마련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벌이가 시원치 않는 월세 세입자의 경우엔 주거비 부담도 크다.
소득이 낮은 1, 2분위에 해당하는 월세 거주 저소득 고령층의 절반 가까이는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 수는 약 27만4000호인데, 이 중 7만3000가구가 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DI는 "목돈마련 부담이 큰 임차인이 주거 선택 폭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갖춘 주택을 다양한 수준의 보증금액에 월세로 공급하는 보증부 월세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책으로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임대소득과세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현재 월세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전세에 대한 임대소득과세는 3주택 이상(전세보증금 3억원 초과) 보유자에게 적용되고 있어, 2주택 보유자가 임대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해 월세보다는 전세로 주택을 공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임대소득과세를 2주택 보유자로 일원화해 전세와 월세 간 규제의 균형을 이루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아파트를 다양한 수준의 보증금액에 월세로 공급하기 위한 뉴스테이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민간 건설사에 주는 세제지원 등 혜택에 비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적 배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KDI는 "뉴스테이사업은 신규 건설 임대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기존 재고 아파트 임대물량을 뉴스테이형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테이사업과 유사한 조건(임대기간 8년 및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으로 개인이 기존 아파트를 보증부 월세로 공급할 땐 이들에게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