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002년부터 쏟아내기 시작한 신용카드 대책에 대해 대표적인 뒷북치는 정책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려 주목된다. 이미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난 이후에야 신용카드대란 방지대책을 부랴부랴 만들었고, 때를 놓쳤다는 자성의 목소리인 셈.
지난 26일과 27일 한덕수 부총리와 3급 이상 국장급 간부 및 주무과장 5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부혁신 워크숍에서는 이밖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이번 워크숍이 '재경부가 망하는 시나리오'라는 주제로 진행된 까닭에 그 어느 때보다 반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분임토의에 참석한 한 국장은 "솔직히 과거에 땜질식 정책을 만든 경험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이같은 정책은 정책 일관성을 잃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재경부가 자체 진단한 망하는 지름길은 경기상황 진단에 실패해 필요한 정책을 제때 내놓지 못하는 것. 이는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경제부처를 조율하는 힘을 상실하고 결국은 다른 부처에 흡수되거나 해체될 것이라는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가장 치명적이고 발생가능성이 높은 망하는 길로는 △정책일관성 부족 △뒷북치는 정책 △정책수립과정에서 합리성·투명성 결여 △단기현안 처리에 급급해 중장기 비전 결여 △비용개념 없는 막가파식 정책 △전문성 결여 △칸막이식 업무자세 등이 꼽혔다.
여기에 좀더 빨리 망하고 싶다면 시장과 여론, 언론의 의견을 무시하고 집단우월의식(모피아)에 사로잡혀 있으면 된다는 진단도 곁들여졌다.
한 참석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책만족도에 대한 분석이 없다면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자신이 죽는 것도 모르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로 ‘망하지 않는’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정책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입안단계에서부터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정기적인 정책수용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재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개발능력을 키우고 과감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 등이 제시됐다.
이번 워크숍을 주관한 이석준 혁신기획관은 "망하는 시나리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체 교육방식을 새롭게 바꿨다"며 "토론 등을 통해 제시된 의견을 구체화하고 적극 도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