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은행 직원이 감봉의 징계를 받으면 승진·승급이 1∼2년 이상 미뤄지는 불이익을 받게 되며, 은행이 자체감사를 통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부당하게 되돌려 받은 직원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A은행 검사실은 최근 10여명의 직원이 신용카드 사용액을 부풀린 것을 확인하고 서류를 적극적으로 위·변조한 직원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공제서류를 허위로 꾸민 행위가 경미한 직원에 대해선 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은행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카드 사용액 확인서의 숫자를 고치거나, 카드 사용액이 많은 동료 직원의 사용내역서에서 이름과 주소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B은행도 지난달 인사위원회를 통해 3명의 직원에 대해 감봉과 견책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직원들이 서류를 조작해 얻어낸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지만, 은행직원으로서의 도덕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중징계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은행측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은행인 C은행의 경우는 조사대상 자료가 방대한 탓에 아직도 검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한 뒤 내달까지 징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은행권이 이처럼 자체조사를 통해 부당 연말정산을 한 직원들을 징계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은행 직원들이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부풀린다는 제보에 따라 일부은행에 대한 샘플링 조사를 했고, 조사과정에서 조작 사실을 확인한 뒤 전 은행권과 신용카드사에 자체감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